삼성이 3일 사장단 인사와 함께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될 조직의 윤곽이 드러났다.
전략기획실이 공식적으로 해체된 지 2년4개월 만에 부활한 그룹 통할조직의 새 명칭은 `미래전략실'이다.
계열사 위에 군림했다는 인상을 줬던 과거 전략기획실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면서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명칭으로 보인다.
전략기획실이 없어진 이후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있던 투자심의ㆍ브랜드관리ㆍ인사 위원회를 `미래전략위원회'로 통합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구로 미래전략실을 신설했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미래전략실은 경영지원팀, 전략 1ㆍ2팀,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등 6개 팀으로 구성된다.
계열사 67개, 임직원 27만5천명, 연간 매출 220조원(2009년 말 기준) 규모의 삼성그룹 컨트롤 타워로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일을 주로 맡으면서 각 계열사가 하는 일을 도와주는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미래전략실의 기능에 대해 "일하는 방식과 내용에 있어 계열사를 지원하고 시너지를 높이는 쪽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예고된 대로 미래전략실의 지휘봉은 삼성의 신성장 사업 발굴 업무를 책임져 온 김순택 부회장이 잡는다.
삼성은 혁신 의지가 강하고 리더십이 있는 임원들을 6개 팀을 이끌 팀장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전략 1팀 이상훈 사장, 전략 2팀 김명수 전무, 커뮤니케이션 팀장 장충기 사장, 인사지원팀 정유성 부사장, 경영진단팀 이영호 전무, 경영지원팀 전용배 전무가 그들이다.
김순택 부회장은 신사업추진단장을 겸임한다.
삼성전자에 있던 신사업추진단은 이번 조직 개편에서 사장단협의회 산하로 이관됐으며 그룹 차원의 신수종 사업 추진 업무를 관장한다.
미래전략실이 진용을 갖추면서 삼성그룹 특유의 `삼각편대 경영'도 부활한다.
회장과 그룹 통할조직, 계열사로 이어지는 경영 체제를 통해 신속한 경영 판단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재가동되는 것이다.
미래전략실은 그룹 컨트롤 타워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이번에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내정자의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에도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에 미래전략실이라는 간판을 단 그룹 통할조직은 1959년 이병철 선대 회장의 비서실에서 출발했다.
1998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본부로 간판을 바꿔단 그룹 조직은 회장과 계열사를 잇는 핵심조직으로 자리잡으며 삼성의 가파른 성장을 이끌었다.
1실(室) 5팀 체제였던 구조조정본부는 2006년 전략기획실로 전격 개편되면서 전략지원팀,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 등 3팀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나 삼성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계기로 2008년 7월 의혹의 중심지로 지목됐던 전략기획실은 해체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관련 재판이 마무리되고 기소됐던 인사들이 사면을 통해 법적인 굴레에서 모두 벗어나게 되자 삼성은 지난달 19일 새로운 그룹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