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낮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새해 예산안에 템플스테이 예산 등 당 공약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책임을 지고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나라당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를 놓고 연말정국이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12일 새해 예산안에 민생 및 당 공약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책임을 지고 당직을 사퇴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사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고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템플스테이 예산 등 꼭 반영해야 할 예산들이 빠진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가책을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책위의장직 사퇴를 밝혔다.

   그의 당직 사퇴는 '예산안 파동' 후유증 속에 당 안팎에서 민생.당 공약 예산을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들끓자 수습 차원에서 이뤄진 '긴급 처방'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고 정책위의장은 "예산안 문제로 당이나 정부에 대한 책임소재 논의는 안나왔으면 한다"면서 "저의 사퇴로 이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라며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 내에서는 정책위의장 사퇴로 책임론을 일단락짓자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하지만 대여 전면전을 선언한 민주당은 이날도 서울광장에 천막을 치고 '4대강 날치기 예산안 및 MB악법 무효화'를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과 촛불집회를 벌이며 연일 '정권 퇴진'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은 100시간 농성이 끝나는 14일부터 인천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전국 16개시.도에서 서명운동과 결의대회를 병행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은 '형님 공화국'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까지 민주당은 예산과 날치기 법안 무효화, 4대강 반대를 위해 총단결해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고 정책위의장의 사퇴에 대해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식"이라며 "날치기 사태의 '몸통'인 박희태 의장과 정의화 부의장,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이주영 예결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속한 포항지역 예산 증액을 둘러싼 '형님 예산' 공방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이병석(포항북) 의원은 여의도 당사에서 '형님 예산' 공방에 대해 "대부분 주요 사업비가 포항뿐 아니라 국회의원 11명에게 해당되는 예산이고 과거 정권때부터 시작된 계속사업"이라며 특혜 시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포항과 연계된 철도와 도로 등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책정 과정을 설명한뒤 "정상적인 국비확보 노력에 대해 지역특혜로 호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형님예산'이란 정치공세는 포항시민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통해 노인복지와 영유아 예방접종비, 결식아동들의 급식비를 삭감한 채 형님과 박희태 의장, 이주영 예결위원장이 지역구를 챙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