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핵 사찰단의 복귀를 허용하고 핵 연료봉을 외국으로 반출하는데 합의했다고 CNN방송이 20일 보도했다.

   CNN은 북한 관리들이 방북한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잇따라 회담을 열고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패키지 조치의 일환으로 이같이 합의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를 동행 취재하고 있는 CNN의 울프 블리처 앵커는 "북한이 추방했던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단이 영변 핵시설에 복귀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한 데 반발, 6자회담 중단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발표하고 IAEA 사찰단을 추방했으며 한달 뒤인 5월 25일 제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또 우라늄 농축을 위한 핵 연료봉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과 1만2천개의 미사용 연료봉의 판매를 협의하는 데에도 동의했다고 블리처 앵커는 전했다.

   그는 핵 연료봉을 인수하는 나라는 남한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규모의 연료봉은 6개에서 8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규모라고 CNN은 전했다.

   방송은 북한이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군사위원회와 남북간 군사핫라인 구축에 대해 고려하는 것에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AFP통신은 CNN을 인용 보도하면서 리처드슨 주지사가 제안한 군사위원회와 군사핫라인 구축에 북한이 동의했다고 보도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CNN은 전날 리처드슨 주지사의 2가지 제안에 대해 북한이 수용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지만 공식적인 수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한반도 긴장고조와 관련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가 아무런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끝난 데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그는 유엔에서 성명이 채택됐다면 한국에 연평도 사격훈련을 취소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블리처 앵커는 전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번 방북에서 한국의 연평도 해상 사격 훈련과 관련, 북한에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 16일 베이징을 통해 방북한 리처드슨 주지사는 북한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용호 외무성 부상, 비무장지대 주변 병력을 관장하는 박림수 국방위원회 정책국장 등 외무성과 군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림수 국장은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북한이 6.25 전쟁 당시 숨진 미군 병사 수백명의 유해를 발견했다"면서 이들 유해의 미국 송환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 북미 직접 대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5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늦게 베이징에 도착, 취재진에게 방북 결과를 간단히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번 방북은 개인자격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수단과 이라크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으며 1990년대 두차례 특사 자격으로 방북, 당시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을 이끌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