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양주·고양·연천/이상헌·김재영·오연근기자]경북 안동서 시작된 구제역이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고양시까지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내려진 데 이어 연천·양주 등지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는 등 경기북부지역으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지역 인근 축산농가에 대한 살처분에 나서는 등 구제역 방제에 나섰으나 추가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수도권 전역이 구제역 공포망 안에 들어갔다.

■ '고양 구제역 양성, 살처분'=경기도 구제역 방역대책본부는 20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50마리)과 성석동(150마리) 일대 한우농가 2곳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센터 3층에 가축질병 방역대책본부 상황실을 마련한 고양시는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일산동구 중산동과 성석동 일대 한우 159마리를 모두 살처분하는 등 구제역 차단방역 활동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들 지역과 가까운 한우농가는 이날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 반경 500m 내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등 19~20일 이틀간 모두 639마리를 살처분했다.

연천과 양주에서도 구제역 의심신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잇달아 신고됐다. 또 1차 구제역 발생 이후 다소 진정기미를 보이던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돼지농가에서 또 다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이 일대 5농가 돼지 8천여마리를 예방적 차원에서 긴급 살처분키로 했다.

■ '구제역 차단 성패 2~3일 고비'=경기북부 구제역은 경북 구제역에 비해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더딘 데다 의심신고 건수도 확연히 적어 이번주 초 당국의 '차단방역' 성패 여부가 이번 구제역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4일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14일 처음 발생한 경기북부 지역 구제역은 최소한 이번 주를 넘겨봐야 향배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국이 고양시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구제역 차단에 실패하면 바이러스가 전국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서울 등 수도권을 통해 전국 각지로 확산될 개연성이 높아 방역당국은 초비상이다.

이런 가운데 경북 구제역은 지난 14일을 지나면서 전혀 추가 발생이 없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이날 현재 구제역은 의심신고 54건 가운데 안동·예천·영주·영양·파주·양주·연천·고양 등 8개 지역 37건은 구제역으로, 대구·경주 등 17건은 음성으로 판정됐다. 이번 구제역으로 지금까지 1천143농가의 소·돼지·사슴·염소 등 19만9천177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매몰됐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경기 북부는 서울에서 워낙 가까운 곳에 위치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양주·연천 등 구제역 발생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농가에 대해 올해 소득세 중간예납 고지분을 직권으로 징수유예키로 하는 등 세정지원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