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연천/오연근기자]"죽음 앞에 선 돼지들의 생생한 울음소리가 귓전에 울려 퍼져 환청이 들릴 지경입니다."

지난 15일 연천군 백학면 노곡리 양돈농가 구제역 양성판정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매몰현장으로 출근하고 있는 연천군 공무원들의 이구동성이다.

24일 현재 30농가 소와 돼지 4만여두가 살처분됐다. 그리고 전곡읍 양원리와 미산면 동이리 돼지농가 18농가 8천500여 가축은 살처분 대기상태다.

연천군은 현재 행정업무가 마비상태다. 대다수 남자 공무원들은 차가운 도시락으로 끼니를 대신하며 매몰현장으로, 여공무원들은 초소 근무조로 나뉘어 연일 방역과 살처분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

지난 1월 청산면의 구제역 발생때 매몰투입조 직원들은 작업 후 3일동안 행정업무 투입을 중지시켰지만 지금은 출근과 동시에 다시 매몰투입 차량에 올라탄다.

주간 각 실·과·소 사무실은 1~2명만 상황과 업무를 챙길뿐이다.

경찰과 군장병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말 축제분위기를 잊은지 오래다.

지난 24일 영하 14도의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관내 20개 방역초소에서 맹추위와 싸우고 있다. 컵라면과 따끈한 커피 한 잔이 그나마 위안이다.

초소근무 지원에 나선 6포병여단 소속 오성열 하사는 "자식같이 키워온 가축을 살처분해야하는 농민심정에 비하면 이깟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의 붕괴가 현실화 되고 있는 지금 공무원, 군인, 경찰은 구제역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만을 기원할 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