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대리운전에 의한 사고가 늘고 있다고 한다. 송년회 등 연말 회식자리가 많아지면서 안전한 귀가를 위해 대리운전은 필수가 됐으며, 그만큼 대리운전자의 전문성도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폭행·갈취 등 범죄 행위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고 운전미숙으로 인한 차량훼손이 잦아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적(籍)이 없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차주가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대리운전자가 10만명을 넘어 섰다고 한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1일 70여만명에 달하며, 시장 규모가 최대 3조원 이상이라는 것이 한국대리운전자협회의 조사 자료다. 자가용 보유대수가 1천만대를 훨씬 넘어서면서 대리운전업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비례해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적 장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해 대리운전 사고는 2만7천846건이다. 2007년 2만3천568건, 2008년 2만1천398건으로 연 2만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007~2009년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는 24명, 다친 사람은 1천859명이라는 것이 경찰청 자료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자는 지난해 7만1천85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마저도 '보험 중복가입'과 '뜨내기 대리기사' '성수기 알바' 등을 감안하면 무보험 대리운전기사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만명 이상이 근무를 하며, 당당히 직업군을 형성하고 있는 대리운전이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대책을 내놨다. 자유업인 대리운전업을 등록제로 제도 개선할 것을 국토해양부에 권고한 것이다. 보험가입을 의무화하고, 대인 교통사고를 내면 1차적으로 대리운전보험에서 책임지는 제도 마련도 촉구했다. 제도개선이 이뤄지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안전은 장담할 수 없다.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자격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생명과 직결된 직종에 맞는 대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고를 받은 국토해양부에서 해야 할 일로, 적극적이고 빠른 대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