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성 / 정치부
[경인일보=김태성기자]경기도의회의 예산 부실 심의가 연일 그 정체를 드러내며, 경기도민에게 실망을 안기고 있다. 이에 예산심의와 의결이 끝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아직도 예산과 관련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도의회는 8대 출범 당시 스마트폰 지급을 요구하다 비난 여론에 휩싸이자 이를 받지도, 예산에 편성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예결특위 계수조정 과정에서 슬며시 관련 예산을 끼워 넣었다. 당연히 도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그러나 도의회의 반응은 안 쓰면 그만이라는 게 전부다.

도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아이들 보육문제 역시 진실성이 의심될 정도로 심의가 성의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공립 단설유치원 설립(증축) 예산은 전액 삭감하면서 내부부품비는 통과시키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도내 맞벌이 가정을 위한 가정보육교사제도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주체가 경기도인 보편적 복지 사업은 예외가 된 꼴이다. 뒤늦게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삭감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추경편성 과정에서 관련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심의 과정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민원인들에게 선심을 쓰는듯한 인상이 강해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하물며 의원 보좌관을 두겠다며 아무런 예고없이 도의회가 신규로 편성한 20억원의 예산은 행정안전부로부터 불법이라는 지적까지 받았지만 도의회의 반응은 '정부 잘못'이다. 잘못된 심의는 밝혀졌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오지만 도의회는 아직도 '네탓 공방'이다.

'예산은 철학과 정책의 반영이다', '도민이 진정 필요로 하는 정책을 살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예결특위의 의무다'. 바로 예산심의 전 도의회가 도민들에게 남겼던 말이다. 이 말이 진심이었다면 도의회는 지금이라도 도민들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