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누구도 반갑지 않은 축산농가 구제역이 경기남부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안성시 일죽면의 한 축산농가에서 농민이 생석회를 뿌리며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전두현기자 dhjeon@kyeongin.com

[경인일보=이명종·문성호기자]'한 곳만 뚫려도 안성맞춤 한우 전체가 망한다.'

구제역이 방역망을 뚫고 여주와 이천지역까지 번지면서, 도내 최대 한우농가 밀집지역인 안성시에서는 구제역 방제 전쟁이 빚어지고 있다.

안성지역 축산 농가들은 구제역으로 10만여두의 소·돼지가 살처분됐던 지난 2002년의 악몽을 떠올리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성시 공무원들은 구제역 방제에 가용 인원이 거의 총동원된 상황이다.

27일 오후에 찾아간 안성시 일죽면 축산농 밀집지역. 안성에서 축산 농가가 가장 많이 몰려있다는 이곳에서 취재진을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동네 입구에 내걸린 '외부인 출입통제'라는 입간판과 길 주변에 뽀얗게 뿌려진 생석회였다. 동네 주민들은 취재진에게조차 싸늘한 시선을 던지면서 "동네로 들어올 생각말고 빨리 떠나달라"고 요구했다. 동네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고속도로 입구에서부터 국도와 지방도 곳곳에 세워진 방역초소에서는 두세명씩 방역 공무원들이 배치돼 지나가는 차량들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었다.

방역초소를 지키고 있던 한 방역 공무원은 "지난 주부터 방역초소가 5곳에서 15곳으로 늘었다"며 "축협과 시측이 공동방제단을 구성해 농가들을 돌며 방제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은 "방제팀들은 추위와 눈 속에서도 24시간 내내 방역초소를 지키고 방제작업도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변 농가를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 한우 9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평주(60) 이장단협의회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오늘 아침에 일죽면에 구제역 의심 심고가 들어왔다는 헛소문이 나돌아 안성지역 전체 축산농가가 난리가 났었다"며 "외부인 출입을 금지시키는 것은 물론 연말 동창회나 계모임까지 취소할 정도로 마을 주민들이 두려움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안성시청 축산과에서는 안성시 양돈협회, 낙우협회, 육우협회, 한우협회 등 우제류 관련 단체장과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도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협회 관계자와 축산농들은 자칫 방심할 경우 10여년 동안 힘들게 쌓아온 명품 '안성맞춤 한우'의 명성과 기반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초조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상훈(52) 양돈협회장은 "협회 소속 150여 양돈농가에 가족·친지들 방문도 막아달라고 했다"며 "사료가 바닥나 가축들을 굶기기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연수(46) 낙우협회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종일 인터넷이나 TV를 지켜보고 있다"며 "심지어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창구(55) 한우회장은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한우를 보내달라는데도 출하를 못시키고 있다"며 "몇 십만원을 더 받자고 하다가 수천억원을 잃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경기도의 방제 대책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곽근원(52) 육우협회장은 "항공 방제는 커녕 기초적인 생석회마저 제때 공급이 안되고, 꽁꽁 얼은 방제기를 녹일 수 있는 온풍기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안성지역에서는 한우·육우 8만2천190두와 젖소 1만4천여두, 돼지 28만8천여두 등이 사육되고 있어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5천억~6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 사실상 지역경제가 파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