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 가평 대성리 관광지에 한 주민이 착잡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주민들은 대성리역 인근이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지난 40년간 어떠한 개발행위도 못한 채 재산권을 침해받아 왔다. /김민수기자 kim2988@kyeongin.com

[경인일보=최해민·김민수기자]"재래식 화장실 쓰는 국민관광지라면… 오시겠습니까?"

1980~90년대, 대학생들의 MT촌으로 명성을 날렸던 가평 대성리 국민관광지. 그러나 2000년 이후부터 쇠락의 길을 걸어온 대성리관광지가 지난 10년간의 고통을 털어내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했다. 지난해 관광지 대부분이 4대강 살리기 사업지구로 포함된 이후 이제는 규제로 전락한 관광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집단민원을 내고 있다. 이들의 희망은 '수세식 변기'가 갖고 싶다는 것이다.

경춘선 대성리역 뒤편 북한강변에 남북 방향으로 길쭉하게 조성된 대성리 국민관광지는 1969년 관광지 지정 이후 지금까지 개발행위가 사실상 중단된 곳이다.

강 건너편에 신식 펜션과 모텔 등 관광객 유치시설이 들어서는 사이 이곳은 꼬박 41년간 정지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름만 관광지일 뿐 이미 지난해부터 문을 닫은 매표소를 지나 마주한 관광지는 철조망에 막혀 잡풀이 무성한 폐허였다. 쓰러져가는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으로 새로 짓는 것도 '관광지'라는 규제에 묶여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주민 박광서(66)씨는 "교통편이 좋지 않던 1980~90년대에는 열차를 타고온 관광객들로 관광지 전체가 북적였다"며 "그후 자가용이 폭증하고 경춘선 운행도 중단되는 등 세상이 변하는 사이 대성리 관광지만은 40년 전 모습 그대로 방치돼 행정공부상에만 '관광지'로 남았다"고 푸념했다.

이에 40년간 침묵하던 주민들은 최근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관광지 전체 면적 4만여㎡ 중 반을 넘는 강변쪽 2만500여㎡가 4대강살리기 사업지구로 편입돼 남아 있는 부지가 관광지로 존속될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170여명의 동의서를 첨부, 가평군에 '강 살리기 사업부지에서 벗어난 부지를 관광지에서 해제시켜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군도 이에 동조, 올 3월 지정권자인 경기도에 관광지 지정 취소신청을 내면서 주민들의 숙원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무려 9개월여 지나 군은 '재검토하겠다'는 이유로 신청 자체를 취소해 버렸다.

주민 정추영(53)씨는 "가평군은 거의 반세기 동안 재산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살아온 주민들의 수세식 변기를 갖기 위한 숙원마저 묵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4대강사업과 맞물려 잔여 부지를 어떻게든 개발할 수 있게 하려고 내년 상반기까지 여러가지 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