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 천안에 이어 충남 논산과 인접한 전북 익산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잇따라 접수돼 방역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2003∼2004년(천안ㆍ아산)과 2006년(천안ㆍ아산), 2008년(논산) 등 3차례에 걸친 AI 발병으로 홍역을 치렀던 충남도는 이번에 접수된 의심신고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AI 바이러스가 도내 전역으로 확산될 경우 가금류 사육농가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긴급 방역대책을 마련, 시행에 들어갔다.
◇양성 판정시 피해확산 우려 = 이번 의심신고는 지난 8일 익산시 석탄동 만경강의 철새(청둥오리)와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충남 서산시 천수만 인근의 철새(수리부엉이)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지 지 20여일 만이어서 방역당국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양계농장 등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대부분이 철새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번에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천안 풍세면 종오리 농장은 철새도래지인 풍세천과 1㎞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도는 철새의 활동반경이 넓은 만큼 이번 천안 풍세면의 AI 의심신고가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농장이 알을 생산해 부화장에 공급하는 '종오리(씨오리) 농장'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상당량의 오리알이 부화장을 통해 오리사육 농가에 공급된 만큼, 양성 판정이 나올 경우 피해가 도내는 물론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농림수산식품부와 도는 이 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오리농장을 파악 중이며, 결과는 31일 오전에 나올 예정이다.
천안의 오리농장과 역학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 AI 발생 1주일 이내에 생산된 알에서 부화한 오리는 모두 매몰처분된다.
또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익산시 망성면 양계장의 3㎞(위험지역) 안에는 논산시 연무읍과 강경읍 일부가 포함돼 있어 도를 긴장시키고 있다.
2008년 4월 논산시 부적면 종오리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앞서 발생한 전북 김제시 오리농장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방역 총력 = 충남도는 30일 의심신고가 접수된 천안 종오리 농가에 대한 이동통제와 함께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종오리 1만700마리를 예방차원에서 매몰처분했다.
또 의심신고 접수 직후인 29일 구제역과 AI 차단을 위해 운영 중인 방역초소를 60개에서 64곳으로 늘린 데 이어 이날 익산시 망성면과 인접한 논산시 강경읍과 연무읍 2곳에 방역초소를 추가 설치했다.
방역인원도 290명에서 310명으로 보강됐다.
이와 함께 도내 철새도래지에 초소를 설치한 뒤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천안과 아산, 논산 등 과거 AI가 발병했던 지역에 외부 차단시설을 설치한 뒤 AI 발병 농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농가에 대한 임상관찰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행정기관 및 조합, 생산자 합동으로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한 예찰을 실시해 알을 5% 이상 덜 낳거나 폐사할 경우 즉시 관할 시.군 및 가축위생연구소에 통보토록 했다.
이밖에 도는 AI 바이러스 검출 확인 직후 도내 가금류 사육농가에 야생조류의 접근을 막기 위한 그물망을 설치해 줄 것을 당부하는 문자메시지(SMS)를 보냈다.
김홍빈 충남도 축산과장은 "AI 의심신고가 철새도래지 인근에서 접수된 만큼 양성으로 판정되면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양성 판정이 나면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AI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에는 7천400여농가가 닭 4천361만8천826마리, 오리 63만5천456마리, 메추리 188만30마리 등 모두 4천425만여마리의 가금류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