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아파트의 45%는 사업성 등을 이유로 사업을 보류 또는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숙원이던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를 불허하기로 함에 따라 리모델링을 포기하는 단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한 아파트는 총 163개 단지 10만3천914가구로 이 가운데 작년 말 기준 74개 단지 4만7천164가구(45.3%)가 사업을 보류 또는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113개 단지 5만6천75가구 가운데 55개 단지 2만7천131가구(48.3%)가 현재 사업을 보류 혹은 중단했고, 경기도는 전체 50개 단지 4만7천839가구중 19개 단지 2만33가구(41.9%)가 사업추진을 멈췄다.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서울의 경우 강남ㆍ서초구와 노원구, 성동구 등지에 몰려 있고, 경기도는 준공한 지 17~18년이 된 분당, 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성남시(분당신도시)의 경우 수도권을 통틀어 가장 많은 16개 단지 1만7천205가구가 리모델링을 검토해왔으나 현재는 11개 단지 1만1천658가구만 추진 의사가 있고, 나머지 5개 단지 5천547가구는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재건축과 달리 가구수 증가에 따른 일반분양이 불가능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일반분양 수입이 없는 리모델링은 조합원들이 전체 공사비를 분담금 형태로 부담해야 하는데 준공후 시세는 이에 못미치는 것이다.

   현재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전용면적의 30% 이내에서 수평 증축해 가구 면적을 늘리거나, 지상 1층을 필로티(기둥)로 만들고 1개 층을 수직 증축하는 것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현재 공동주택에서 단지 전체 또는 일부 동을 리모델링해 실제로 입주까지 마친 곳은 10곳도 채 안된다"며 "리모델링의 사업성이 없다보니 조합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고 재건축파와 리모델링파로 나뉘어 싸우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자 건설업계와 성남시 등은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수직증축을 통해 가구수를 10% 늘릴 경우 전용면적 85㎡짜리 아파트 기준 조합원 부담금이 현행보다 3분의 1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이라면 수직증측 및 10% 일반분양 후에는 6천만~7천만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말 수직증축은 구조 안전에 문제가 있다며 최종 불허입장을 밝힘에 따라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리모델링 사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정부가 수직증축과 일반분양을 불허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사업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꺾인 상태"라며 "앞으로 집값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사업추진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협회는 이에 따라 이달 17일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을 요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1기 신도시 200만가구의 건축연한이 17~18년이 다 돼가는데 정부는 집값 상승 등을 우려해 손을 놓고 있다"며 "낡은 고층아파트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