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살처분 대상 가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안락사에 필요한 약품 공급이 끊겨 전국적으로 '돼지 생매장'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은 돼지에 Co2를 주입해 중독사시키거나 저류조를 조기 설치하고 침출수 누출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인력 부족까지 더해져 '2차 오염'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6일 경기도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지난해 12월15일 양주와 연천에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뒤 이날 현재까지 도(道) 내 살처분 대상 가축은 16개 시.군 800농가 47만9천378마리(한.육우 2만4천568마리, 젖소 1만3천419마리, 돼지 44만1천49마리, 기타 342마리)에 달한다.
전국적으로 82만6천456마리로 지난 1일 64만3천776마리에 비해 1만8천여마리가 늘었다. 하루 4만5천여마리 꼴이다.
그러나 살처분을 위한 약물 공급은 지난해 12월29일부터 끊겼다. 이 약물을 독점공급하는 제약회사의 비축분은 물론 원료까지 바닥나 더 이상 생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체 살처분 대상 가축의 88.9%에 해당하는 돼지를 사실상 전량 생매장하고 있다.
이 제약회사가 구제역 발생 이전에 갖고 있던 근이완제 석시콜린(Succicholine) 비축 물량은 2㎖짜리 앰플 12만개. 소 1마리를 안락사시키는데 1~3개의 앰플을 사용하고 돼지의 경우 내성이 강해 많게는 소의 5배까지 사용됐다.
제약사 관계자는 "14일까지 해외에서 원료를 들여와 약품 생산을 재개할 방침이지만 제조하는데만 1주일이 걸려 빨라야 21일께나 약품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혀 돼지 생매장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물 학대 논란도 논란이지만 문제는 생매장이 2차 오염 우려를 확 높인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가축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비닐이 찢겨 침출수가 새어나와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구제역 긴급방역지침에 따르면 살처분 방법에는 사살, 전살(전기충격), 타격, 약물주입 등 4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살.타격은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고 전기충격은 사람의 감전 위험성이 커 그동안 약물 주입 방법을 써왔다.
해당 지자체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며 생매장을 해 왔지만 2차 오염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마저 강행하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
경기 파주시와 고양시는 매몰지에 비닐을 덮은 뒤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산 돼지를 중독사시키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산 채 매장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아 오염 우려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2002년 구제역 발생 때도 일시 사용했다 중단한 바 있는 '임시방편용'이다.
이에 따라 각 시.군은 매몰 즉시 저류조를 설치하고 매몰지 침출수 누출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사후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급증하는 매몰지에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기북부지역의 한 방역 담당자는 "하루 1만마리까지 살처분한 적이 있는데 안락사용 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소에 사용하기도 버거운 실정"이라며 "신속한 매몰처리와 인력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돼지를 생매장을 하고 있지만 침출수 유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