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지난해 11월말 ABC(발행부수공사)는 신문사별 발행부수를 공개했다. 그동안 신문부수 공개는 금기처럼 여겨져 왔으나 ABC 가입신청과 실사를 거쳐 공개돼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신문사들이 발행부수 공개를 꺼렸던 것은 지나친 경쟁에서 비롯됐고, 이런 틈바구니에서 상식적 수준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문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폐단을 겪어 왔다. ABC의 발행부수 공개는 이같은 과당경쟁 요소를 제거하고, 또한 언론사 수익에 절대적인 광고료 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고주들의 광고단가 선정은 발행부수와 신문구독률 등이 기준이 된다. 발행부수 문제는 ABC의 공개로 일부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신문구독률, 특히 가구 구독률조사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한국광고주협회·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방송광고공사·조사업체 등 광고관련 기관이나 업체들은 신문구독률을 조사하면서 전근대적인 방법을 고수, 그 결과 및 과정에서 현실성을 많이 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3.3%로 증가추세다. 1인 가구 특성상 신문을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보다는 사무실 등 영업장 구독자가 상당수인데 이를 감안하지 않고 가구구독률을 조사·발표하는 것은 실제와는 차이가 크다. 연령층을 고려하지 않는 조사도 신뢰도를 떨어 뜨린다. 신문을 구독하는 주체, 즉 신문을 신청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층은 대부분 성인들이다. 때문에 18세 미만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고 노령인구증가 현상을 반영해야 한다. 이와함께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신문외에 인터넷·모바일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 뉴스콘텐츠를 읽는 독자를 '신문 수용자'에 포함해야 한다.

한국신문협회는 구독률조사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요구하는 '미디어 수용자조사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한국광고주협회 등 13개 관련 기관 및 단체에 전달했다. 신문구독률은 독자들에게는 TV프로그램 시청률에 버금가는 중요한 판단의 척도가 되는 만큼 한신협의 이 같은 요구가 조속히 수용돼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변화에 걸맞은 유연하고 정확한 지표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디지털이 발전하더라도 종이신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언론학자들의 예상처럼 종이신문이 발행되는 한, 신문 애독자들의 '실상'이 왜곡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