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은 일부 민간단체가 공익사업과 관계가 적거나 형식적인 사업에 보조금을 쓴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보수단체에는 폭력 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곳도 포함돼 있다.

   9일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해당 단체 등에 따르면 A단체는 지난해 '성숙한 시민사회 구축을 위한 법질서 바로세우기 캠페인 및 세미나' 사업을 명목으로 행안부에서 3천600만원을 받았다.

   이 단체는 지난해 말 '대한민국헌법'이라는 100여 페이지짜리 책자를 만들어 시민단체 등에 상자째 보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헌법읽기 캠페인을 벌이기 위한 것이니 배포, 활용해 달라"는 요청문이 첨부돼 있었다.

   A단체 관계자는 "지원금 중 1천600만원을 이 책을 만들고 배포하는 데 썼다"고 밝혔다.

   책자를 받아 본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책을 도대체 누가 보겠느냐"며 "지자체가 연말에 보도블록 뒤집기를 하듯 받은 예산을 쓰려고 서둘러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작년 1월 대법원장 차에 계란을 던진 혐의로 회원들이 불구속 입건됐던 B단체도 '사회 취약계층(노인) 복지 및 권익신장' 사업을 하겠다며 서울시로부터 1천100만원을 받았다.

   이 단체 관계자는 "돈이 너무 적어 할 게 없다. 우리(회원들) 라면 사 먹었다"며 지원금의 자세한 사용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지원금은 해당 사업비로만 쓸 수 있고 인건비나 운영비 등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시 관계자는 "사업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도시락 점심을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며 "그분들도 노인이나 취약계층이 맞지 않지 않느냐. (본인들 식비로 사용했다면) 조금 애매한 부분이긴 하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덕수궁 앞에 설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철거했던 C단체도 '헌법수호 및 선진 시민정신 함양 캠페인 및 홍보'를 명목으로 3천만원을 받아 전액을 특정 보수 신문에 계도 광고를 내는 데 썼다.

   행안부 지원 단체는 지난 5일까지, 서울시의 지원을 받은 단체는 해당 사업이 끝나는 대로 결산 내용을 보고해야 하지만, 이들 단체가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평가과정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행안부와 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혈세가 지원되는 만큼 단체 선정 기준을 더 강화하고 사업을 실제 적절히 수행했는지 평가하는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