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빈수레가 요란만 떠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반응이 대세다. 공공요금과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상을 최소화하고 공산품의 부당한 담합과 가격 인상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주택시장 대책도 임대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공급을 늘리고, 전세자금 지원을 확대한다는 언론보도자료성 수준을 넘지 못한다. 사실 그동안 찔끔찔끔 나왔거나 간접적으로 알려진 것들을 새삼 '종합세트'처럼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서민물가 안정대책을 정책 우선순위로 정하고 한은의 금리 인상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단속과 조사를 강화하면서 통제하겠다는 행정력의 강화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물가 인상의 누적된 요인이 행정력에 몸을 낮췄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터지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야당이 언발에 오줌누기식 물가대책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같은 사안은 아니지만 지난해 말 큰 반향을 불러온 '통큰 치킨' 가격 논란에 청와대 참모가 한마디 하자 대기업이 하루 만에 전격 판매중단을 선언한 사례나 최근 대통령이 '요즘 기름값이 묘하다'는 언급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굴지의 SK에너지와 GS칼텍스 등 정유업계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조사에 나선지 하루 만에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들이 ℓ당 20원씩 기름값을 인하하는 초스피드 행정을 체험했다. 행정력의 집행속도는 정부 당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완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물가인상 불안요인이 있을 때마다 강한 행정력만 동원하면 시장질서가 원위치되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관례를 벗어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걱정이 앞선다.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격 인상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물가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3.5% 올라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으며, 특히 생활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가계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물가상승 압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폭설 등 이상한파로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으며 원유와 금속ㆍ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풀린 돈이 시중에 넘치고 있다. 공급과 수요 양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요인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몰고올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가뜩이나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기회복세의 탄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촉발해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을 부를 수 있다. 환율하락은 수입물가 하락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있지만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켜 채산성 및 기업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화되고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느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금리인상이 이어질 경우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 가계대출 부실화를 초래하고 저축은행 부실의 주원인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을 가중시켜 자칫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물가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정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다시말해 최근 다시 판을 짠 내로라하는 경제 브레인(참모진)들이 취할 방향은 선제적인 물가대책이다. 문제가 터질때마다 행정력을 동원한 땜질식 처방보다는 미리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처하면서 불씨를 꺼나가는 혜안(慧眼)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