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농수산물 유통 판매에 치중해야 할 농협유통센터가 생필품 판매에 열을 올려 농어민을 위한 진정성에 금이 가고 있다. 이같은 실태는 농어민의 실질적 도움보다는 이윤 추구를 앞세운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협은 전국 곳곳에 대규모 유통센터를 건립 운영하고 있다. 농어민이 땀흘려 가꾼 농수산물을 중간상인을 배제하고 판매 유통시킴으로써 농어민의 보호는 물론 직배에 의한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켜 준다는 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농협은 경영난 타개를 명분으로 농산물 도매보다는 생활용품 등 소매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유통센터는 전국에 모두 14곳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문을 연 광주유통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유통센터의 사업실적 분석 결과, 도매보다는 소매에 치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3곳의 2009년 한해 사업실적을 보면 모두 2조1천959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중 사업실적이 1천억원 이상인 7곳을 분석해 보니 매출실적 1위인 양재센터의 경우 전체 5천332억원중 도매가 2천261억원인데 비해 소매는 810억원 많은 3천71억원으로 조사됐다.

성남센터도 소매가 1천702억원으로 도매액 737억원에 비해 2배가 넘는 실적이고, 고양과 수원센터도 소매가 각 1천896억원·1천147억원으로, 도매 1천15억원·868억원을 훨씬 앞서고 있다. 반면 사업실적이 1천억원을 밑도는 지방유통센터는 소매보다는 도매쪽의 매출이 높게 나타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농어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대전센터의 경우 도매가 713억원인데 비해 소매가 502억원, 목포는 도매가 399억원에 소매는 193억원, 김해센터도 소매(198억원)보다 도매(283억원)가 많았다.

도매 비중이 20%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소매 비중이 높게 나타난 수원센터는 타 센터들이 경영난 타개를 위해 소매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농산물 등의 수집능력이 센터 위탁기준의 절대적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협이 경영난을 이유로 농산물 판매보다 일반 생필품 판매에 주력하는 것은 농협이 갖고 있는 본연의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다. 진정한 농민의 농협으로 기수를 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