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배 재고량이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됐던 지난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설 대목을 기대했던 소비가 불발로 끝나면서 재고물량은 거의 지난해 수준을 보이고 있는 반면 시세는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더욱 불리해지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13일 경기농협지역본부에 따르면 평택, 여주 및 장호원, 안성 등 도내 배 주산지에서 소비가 안돼 현재 저장고에서 잠을 자고 있는 2002년산 배재고량이 약 2만2천여t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역별로 안성과수농협이 파악한 재고량은 1만5천여t 정도며 평택 6천t, 이천 장호원 및 여주(동부과수농협 관할) 재고량도 350여t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지역 생산농가별로 안고 있는 또다른 물량을 합칠 경우 재고량은 생산자 단체가 추정하고 있는 것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지난해 농가마다 월드컵 특수를 기대해 조기출하를 자제했다가 특수가 빗나가면서 재고처리에 골탕을 먹었던 상황과 거의 비슷한 경우다.

이 상황에서 배값은 지난해에 비해 6천~7천원(도매시장 경락가 기준)정도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어 재고처리에 고심하고 있는 농가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최근 도내 과수농가들의 주요 판로인 서울가락동시장에서의 15㎏ 1상자의 경락가는 2만4천원정도. 홍수출하가 줄어들면서 이날 3만원까지 상승했으나 이 또한 지난해 2월 평균 시세인 3만1천667원보다도 못한 가격이다. 최근 수년간 2월 평균(평년) 배시세는 3만553원이었다.

소비 부진과 빗나간 설 특수, 품질저하 등으로 발생한 배 재고적체 현상은 도시민들의 소비증가와 해외판로 개척 등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생산농가들의 어려움을 예견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