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찰관 모친 강도치사 사건'의 피의자가 아들로 드러났지만 범행 동기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피의자는 어머니 앞으로 들어놓은 상해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저지른 일이라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범행 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점 등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29일 경찰의 수사결과 브리핑을 토대로 사건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고 남은 의문점을 정리했다.

   ◇ 시간대별 재구성 = 이씨 진술에 따르면 이씨는 어머니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강도행각을 벌이기로 합의하고 지난 20일 낮 대전의 한 오토바이 센터에서 오토바이 안전모를 구입했다.

   이튿날인 21일 낮에는 볼링공을 샀고, 같은 날 오후 10시58분께 갈마지구대에 들어가 순시를 마치고 난 뒤에 범행에 쓸 옷 등을 구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춘 뒤 어머니가 거주하는 아파트로 향했다.

   도착한 이씨는 맞은편 인도에 차를 세워놓고 오후 11시20분께 이 아파트에 미리 준비해 놓은 범행도구 일체를 가지고 들어갔다.

   하지만 어머니를 묶을 때 사용할 청테이프를 놓고 온 사실을 알고 빠져나갔다가 7분여 뒤인 오후 11시27분께 다시 들어갔다.

   당시 이씨의 어머니는 수면제를 먹고 자고 있었으며 이씨는 어머니의 등 위로 볼링공을 세 차례 떨어뜨리고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어머니 가방을 뒤진 흔적을 꾸몄다. 이어 어머니 소유의 휴대전화를 들고 집을 나왔다.

   이 과정에서 20여분 정도가 걸렸으며 오후 11시49분께 아파트에서 내려온 이씨는 차 안에서 옷을 벗고 곧바로 11시56분께 자신이 근무하는 대전지방경찰청 건물로 들어갔다.

   이어 0시5분. 경찰청에서 나가면서 갖고 있던 어머니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건 뒤 다시 어머니의 아파트로 향했고. 잠시 인근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는 등 휴식을 취한 뒤 0시18분께 어머니의 집 엘리베이터를 탔다.

   더 이상 집에서 내려온 흔적이 없어 경찰은 이씨가 어머니와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잤다는 진술이 사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어머니와 짜고 상해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면서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여전히 의문인 범행동기 = 이씨는 상해보험금을 타내려고 어머니를 상대로 강도짓을 저질렀는데 어머니가 숨졌으며, 사채로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먼저 이 같은 범행 계획을 제안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상해 보험금 6천만원을 받으려 선택한 범죄가 교통사고가 아닌 강도였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어머니 명의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4천만원을 대출받아 주식투자에 활용한 이씨가 투자에 실패해 돈을 마련하려고 어머니의 보험금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씨가 떨어뜨린 볼링공으로 늑골이 6대나 부러질 정도로 어머니가 중상을 입었는데도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은 점 또한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씨는 "범행 당시 5∼6살밖에 안 된 조카 2명이 있었는데 애들만 두고 병원에 가기 불안해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으나 여동생이 전화를 받지 않았고 우왕좌왕하다 그렇게 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교통사고가 아닌 강도 범행을 계획한 이유에 대해서는 "강도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진술대로 이씨의 어머니가 먼저 범행을 제안했는지 여부 등은 계속 조사를 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살해할 계획이었으면 범행에 쓸 오토바이 안전모를 직접 구입하거나 범행 후에도 안전모를 CCTV 앞에 버리는 등 '베테랑 수사 경찰'로서 그 같은 허술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