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한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원곤 부장검사)는 30일 수사 결과를 발표, 김승연 회장을 거액의 손실을 회사에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비자금 관리와 배임 실무를 지휘한 홍동옥 전 한화그룹 재무총책임자(CFO)와남영선 ㈜한화 대표, 삼일회계법인 김모 상무 등 김 회장의 측근과 회계사 10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16일 그룹 본사의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한화 비자금 공개수사는 137일 만에 사실상 일단락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 등은 2004∼2006년 위장계열사의 빚을 갚아주려고 3천200여억원대의 회사 자산을 부당 지출하고, ㈜한화S&C와 ㈜동일석유 주식을 김 회장 가족에게 헐값에 팔아 1천41억여원의 손실을 그룹에 떠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차명계좌 382개와 채권, 현금 등으로 비자금 1천77억여원을 관리해 세금추징을 피하고, 태경화성과 부평판지 등 13개의 사주 소유 업체를 비(非)계열사인 것처럼 속인 혐의(조세포탈ㆍ공정거래법 위반 등)도 있다.
검찰은 이밖에 김 회장 측이 계열사가 보유한 대한생명 주식 콜옵션(자산을 특정 기간에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무상 양도토록 해 573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 등을 확인했고, 이런 경영상 비리로 인한 한화측 피해가 모두 6천466억여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애초 비자금 추적으로 수사를 시작해 위장계열사를 통한 배임ㆍ횡령이라는 더 큰 범죄도 발견했다"며 "김 회장은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12년8월∼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애초 김 회장 등 사건 관련자 대다수를 구속수사키로 했으나, 홍 전 CFO를 포함한 그룹 전ㆍ현 고위간부 6명과 삼일회계법인 김 상무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법원에서 기각되자 전원 불구속 기소로 방침을 바꿨다.
검찰은 한화 측이 회사 직원에게 거짓 증언을 강요하고 내부 서류를 청계산 비닐하우스에 숨기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인멸과 수사방해 행위를 했다며 보강 조사를 통해 관련자를 추가 기소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화 관계자는 "정당한 경영행위가 오해를 받은 만큼 검찰의 혐의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정에서 검찰이 발표한 기소혐의에 대해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적법하게 보장된 방어권을 행사했지만 증거를 없애고 검찰 조사를 막은 적은 없다"고 검찰 측의 증거인멸 주장을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