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로 10년을 복역한 30대가 출소 석달만에 다시 성폭행을 시도했지만 피해 여성들이 침착하게 대응해 위기를 넘겼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이모(33)씨는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1월초 대낮에 광진구 화양동 주택가를 돌아다니다 문이 잠기지 않은 김모(24·여)씨 집에 들어갔다.

   스카프로 얼굴을 가린 이씨는 낮잠을 자던 김씨와 김씨 친구를 깨워 망치를 들이대며 '시끄럽게 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씨가 두 사람에게 각각 이불을 덮어씌우고 몸을 만지기 시작하자 김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씨가 사투리를 쓴다는 사실을 눈치챈 김씨는 "동향 사람끼리 이러지 말아요"라고 대화를 유도했다.

   이 말에 이씨는 마음이 흔들린 듯 대화를 나누다가, 빼앗은 팔찌를 돌려주며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게 하고 달아났다.

   주거가 일정치 않아 한동안 경찰 추적을 따돌리던 이씨는 지난달 1일 새벽 성북구 안암동 일대를 기웃거리다 다세대주택에 사는 한모(21·여)씨 집에 또다시 침입했다.

   집주인인 척 현관벨을 눌러 한씨가 잠결에 문을 열어주도록 유도한 이씨는 가위를 들이대며 침대에 한씨를 앉혀 성폭행을 시도했다.

   그러자 한씨는 강하게 저항하면서도 침착하게 "돈이 필요하면 지갑, 컴퓨터, 노트북이 저기 있으니 다 가지고 가라"며 이씨를 달랬다.

   한두마디씩 짧게 대답하던 이씨는'죽은 여자친구를 닮았으니 봐 주겠다'고 말하며 한씨와 대화를 나눴다.

   한씨는 "외롭다" "술을 먹고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며 신세를 한탄하는 이씨의 얘기를 차분하게 다 들어줬다.

   결국 이씨는 한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망쳐 나왔고 한씨는 다행히 위기를 넘겼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여성이 사는 주택에 침입해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특수강도강간미수)로 이씨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를 든 범인을 마주하면 당황하기 쉬운데 피해자들이 침착하게 대응해 피의자의 마음을 돌려놨다. 다급한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