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렇게 물든 시세판을 보다 못해 휴게소로 나와 정부정책 및 앞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회사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전직 대기업 임원 출신인 김모(54)씨는 “그동안 많은 악재들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끝없이 폭락할 줄 몰랐다”며 “투자원금의 절반은 고사하고 10%도 건지기 힘들게 생겼다”며 한숨 지었다.
이런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박모(48)씨는 “IMF당시 주가폭락으로 고배를 마셨는데 또다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을 보니 그때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며 쓸쓸히 객장을 떠났다.
이같은 분위기는 삼성증권 동수원지점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20여명이 객장을 지키던 것과 달리 오전내내 4~5명만 주식시세표를 지켜봤다. 오후 객장을 찾는 사람은 불과 5~6명. 이를 지켜본 임모(35)대리는 “증시침체 장기화로 썰렁한 객장을 보고 있으면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증권사에 들렀다는 주부 이모(50)씨는 “여윳돈으로 친구와 투자했는데 2만원을 주고 산 주식이 10분의1로 곤두박질쳐 난감하다”며 “남편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IT부양책만 믿고 코스닥에 투자했다 1천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는 김모(49)씨는 “정부가 얼마 전까지 IT산업 육성이라는 명목으로 한창 기업들을 띄우더니 이제는 끝없이 추락하는 것에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며 한숨을 지었다.
대우증권 동수원지점 임대홍 부지점장은 “증시가 무너지면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으나 요즘은 아예 식상한 듯 항의조차 없다”며 “증시추락으로 투자가들의 마음도 붕괴된 것 같다”는 최근 분위기를 표현했다.
종합주가 이틀째 급락, 연중 최저치…증권사 '적막감'
입력 2003-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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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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