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은 19일 법무부의 한화 수사 부당 개입 의혹에 대해 사실상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 할 말 없다"며 말을 아꼈다.

   남 전 검사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가 법무부의 수사개입 사실을 인정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그렇게 말한 적은 있지만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개입 논란이 불거지기 이틀 전인 지난 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법무부가 수사 간섭을 했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봐야지"라고 답변한 것으로 이날 전해졌다.

   그는 이에 대해 이날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이고 당시로서는 문제될 게 없다. 내용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간섭 경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얘기 없다. 조용히 살게 내버려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행선지는 밝히지 않은 채 이날 출국해 1주일 이상 해외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전 검사장은 앞서 지난 17일 법무부의 부당 수사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현직에서 물러난 처지에 이런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화ㆍ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남 전 검사장은 한화 관련자 7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고 '과잉수사'라는 지적이 일던 지난달 28일 돌연 검찰 내부 통신망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있던 당시 검찰 주변에서는 이귀남 법무장관과 남 전 검사장의 불화설과 함께 남 전 검사장에 대한 문책성 전보인사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았고 남 전 검사장이 이를 감지하고 먼저 용퇴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근 법무부의 한 간부가 지난달 서부지검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장관의 뜻'이라며 한화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말라고 전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서부지검에 그러한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