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강 상류 구제역 살처분 가축 매몰지 중 27곳과 경북 61곳이 침출수 유출 우려 등으로 `정비보완 대상지'로 지정된 가운데 인천과 충남도의 자체조사에서도 각각 54곳과 28곳이 유실 가능성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되는 등 `부실 매몰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정부가 낙동강 상류와 한강 상류지역에 이어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현장 전수조사를 실시할 경우 부실 매몰지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달말까지 한강 상류 지역과 마찬가지로 인천과 충남도 등 나머지 지자체의 자체 선정 자료를 토대로 하천.식수원 오염 가능성이 비교적 큰 일부 매몰지만 집중적인 사업비 지원이 가능한 정비보완 대상지로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작년 11월29일 경북지역에 첫 구제역이 첫 발생한 이후 전국에 조성된 매몰지 4천429곳 가운데 정비보완대상지 지정에서 제외된 상당수는 해당 지자체들이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까지의 살처분 가축이 무려 350만 마리에 달하는 가운데 매몰지당 많게는 수천마리가 매몰된 상황에서 한 곳에 고작 320만원에 불과한 예산 지원으로 매몰지를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가축 부실 매몰지 `눈덩이'(?) = 환경부가 최근 한강 상류지역의 구제역 매몰지 27곳을 침출수 유출 등 부실지역으로 진단, 정비대상 매물지로 지정했지만 강도높은 집중관리가 필요한 지역은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달한다.
경기도는 최근 도내 전체 구제역 매몰지 2천397곳 가운데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특별대책지역내 매몰지 137곳, 소하천이나 도랑(구거)으로부터 30m 이내에 있는 매몰지 149곳 등 286곳을 집중 관리대상으로 지정, 자체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앞서 합동점검을 통해 정비대상 매몰지로 선정한 곳은 침출수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식수원.하천 오염 가능성이 있는 양평군과 여주, 남양주 등 한강 상류지역의 도내 3개 지자체 17개 매몰지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실제 돼지 사체가 매몰지 밖으로 튀어나온 사고가 발생해 논란을 빚은 이천지역의 대규모 매몰지 역시 정부의 합동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드러난 부실 매몰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역은 계양과 서구, 강화군 등 3개 지역 64곳에 매몰지가 조성됐으며, 붕괴 또는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는 54곳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서구 3곳은 성토작업이, 강화군 51곳은 복토와 침출수 배수로 추가설치 등의 보완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이달 중으로 긴급 편성한 사업비 1억9천만원을 들여 강화군 매몰지에 관측정 43개와 침출수 제거 유공관 44개, 빗물 유입 방지 방수포를 설치하고 매몰지 성토와 배수로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지역의 경우 점검대상 매몰지 189곳 가운데 28개소가 소하천과 인접해있거나 하부 유실, 급경사에 따른 유실 가능성 등 부실 조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천안 2개 지역에서는 소하천에서 불과 1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매몰지가 조성되는 등 기본적인 매몰지침마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아산과 당진 등에서도 급경사, 유실, 침출수 유출 등의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경북은 최근 16개 지역 시.군 매몰지 90곳을 정밀 조사해 이 가운데 61곳이 붕괴 또는 침출수 유출 우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들 지역은 정비보완 대상지로 지정돼 83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보강작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충청북도에서는 228개 매몰지 중 자체 조사과정에서 5곳이 부실매몰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났으며, 정부의 합동 점검과정에서 괴산 사리면 2곳이 정비보완 대상지로 지정됐다.
◇중앙-지방정부 방역공조 `삐걱'(?) = 최근 해빙기를 앞두고 구제역 매립지의 침출수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매뉴얼이 `부실'해 문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중앙정부와 지방의 방역공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구제역이 창궐하기 이전인 작년 10월에 배포했던 구제역 매뉴얼은 그해 12월 구제역이 본격화되면서 살처분 매립현장의 지침서가 됐지만 일선에서 방역을 하거나 살처분 매립작업을 하는데는 구체성이 결여돼 있거나 지역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게 현장 관계자들의 견해다.
매립장에 설치하는 저류조의 경우 용량이 0.5㎥짜리를 설치하도록 매뉴얼에는 나와 있으나 매립된 가축이 많을 경우 침출수를 모으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침출수가 저류조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두 지점 사이가 맨땅으로 노출돼 있다.
아울러 침출수 배수로와 빗물이 모이는 우수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따로 설치해야 하는지, 한꺼번에 설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촌각을 다투던 매립현장에서 매뉴얼은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매립지의 가스관 방법에 대해서도 매뉴얼에는 90㎡당 4~5개를 설치하도록 문구에 소개돼 있으나 매립지의 단면도에는 2개만 그려져 있어 시간에 쫓기던 방역현장에서는 깨알만하게 적혀 있던 규정을 제대로 보지 못해 통상 2개만 설치했던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이처럼 매립지 설치가 일부 부실하게 이뤄진 것은 정부가 제대로된 매뉴얼을 제공하지 못했는데다 구제역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일선 현장과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침출수 문제가 대두되면서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방역부서의 일을 덜어주고 효율적으로 침출수를 관리하기 위해 침출수 문제는 수질 등 환경부서로 이양해야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늦어지다보니 일선 방역부서의 업무는 가중되고, 환경부서는 뒷짐을 지는 형국이 되고 있다.
도내 자지체 관계자는 "침출수 발생 우려가 제기되니까 지금에 와서 당시 매립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지만 당시로서는 제대로된 매뉴얼도 없었던데다 하루 수십 건씩 살처분 작업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구제역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발표한 한강 상류의 구제역 매몰지의 침출수 우려지역(양평 9곳, 여주 2곳, 남양주 5곳)에 대해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18일 오후까지 어느 곳인지조차 통보를 못받았다"며 "정보교환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살처분 가축 부실 매몰지 `눈덩이'되나
지자체 전수조사땐 크게 불어날 듯
"중앙-지자체간 방역공조 차질이 부실 키웠다"
입력 2011-02-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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