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겨우내 농촌을 피폐하게 만들며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이 이제는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오염으로 이어져 구제역에 대한 정부대책이 임시변통으로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300만여 마리 매몰이라는 사상 최대의 농가피해를 입힌 구제역은 아직도 끝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매몰처분지역의 지하수 오염으로 인한 재앙에 부딪히고 있다. 구제역 매몰지가 2천곳을 넘어서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매몰지역 주민들의 수질검사 의뢰가 폭주하면서 늑장처리에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내 매몰지는 2천215곳에 이른다. 도에는 하루 평균 100건씩 지하수 수질검사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 지난 20일까지 1천537건이 접수됐다. 그러나 지하수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도보건환경연구원의 경우 전체 검사인력이 17명으로 절대 부족해 검사의뢰 후 회답을 받기까지 20일이나 소요된다. 매몰지 지역민들은 당장 지하수를 먹어야 할지 걱정인데 검사기일 조차 20일이나 걸리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도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바이러스 잔존 여부를 검사의뢰한 구제역 매몰지 6곳의 침출수에서 음성판정이 나옴에 따라 팔당특별대책지역내 구제역 매몰지 137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전국에선 처음으로 남양주 매몰지 현장에서 첫번째 침출수를 뽑아 2단계 과정을 거쳐 하수 처리했다. 구제역 매몰지 현장에서 분뇨수집운반 차량으로 침출수를 직접 뽑은 뒤 가축분뇨공공처리 시설로 이송, 폐수 처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침출수를 뽑은 매몰지는 지난달 돼지 2천363마리가 매몰된 곳으로 4㎡ 규모의 지하 저류조가 묻혀 있다. 그러나 현장을 지켜본 농민들은 배출구 뚜껑을 열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데다 배출구를 통해 침출수를 떠내자 흑갈색의 액체에 거품과 찌꺼기가 떠다니는 등 오염도가 극에 달한 느낌이라는 한결같은 지적이다.

현지 농민들과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도내 매몰지 곳곳에서 이미 침출수가 지표면까지 흘러나와 2차 오염이 시작되고 있어 이같은 방법의 침출수 처리로는 경기도뿐아니라 전국의 매몰지 오염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농장주마저 현장을 떠나 폐허가 된 상태에서 우기가 닥치게 되면 엄청난 양의 침출수가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 제2의 재앙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