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전국의 상당수 축산농가가 사실상 초토화된 가운데 피해 농가에 이미 가지급된 일부 보상금을 제외한 전체 살처분 보상금이 정산,지급되려면 여전히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돼지 등 매몰가축 수가 워낙 많은 데다 사육기간과 사료.건초 등 입증이 쉽지 않은 보상금 산정 요소를 둘러싼 견해차로 당국과 피해 농가들의 줄다리기가 장기화되면서 축산농가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이럴 경우 재기의지를 다지는 축산업계에 다시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보상액 증액을 요구하는 피해농가들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당국간의 마찰이 구제역 살처분 이후의 또 다른 후폭풍'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보상금 산정 '이제나 저제나' = 24일 지방자치단체들과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소와 돼지 등 우제를 살처분한 2천351농가 가운데 2천42농가에 3천677억원의 보상금이 가지급됐다. 

   보상금은 살처분 당일 농협이 전국 가축시장 등에서 거래되는 소와 돼지 등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해당금액의 50% 가 가지급 형태로 지원됐다.

   이를 위해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사와 시.군 공무원 등 2명이 축산농가를 찾아 사육 개월수와 몸무게 등 기준으로 보상금을 산출했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구제역이 종식된 뒤 현장조사를 다시 벌여 나머지 피해보상액을 정밀 산정할 계획이다.

   피해액 산정은 축산위생연구소 수의사 1명과 시.군공무원 1명, 축협직원 1명, 공수의사 1명 등 4~5명이 살처분 가축은 물론 함께 폐기 처리한 사료와 예방약품 등에 대한 피해액 등도 정밀 재조사하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돼지의 경우 도내에서 전체 사육두수의 73%가 살처분되는 등 관련 농가가 워낙 많아 피해액 산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 포천.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에 대해 완전보상하는데 3개월 가까이 걸렸다"며 "이번에는 언제 피해액 산정이 끝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안성시육우협회 관계자는 "가지급금으로 당장은 버티지만 정산이 늦춰지면 질수록 농가에서는 자금난을 겪게 되고 재기에도 힘들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와 관련해 살처분 보상액이 경기도에서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70.6%인 39만2천740마리, 한우의 7.8% 1만9천393마리를 살처분한 강원도의 경우 전체 보상금을 2천5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하지만 현재 780억원 가량만 지급됐다. 

   ◇보상금 산정 당국-피해농가 줄다리기 예고 = 살처분 피해액 산정 과정에서 당국과 농가의 상당한 다툼도 염려된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급한대로 예상 피해액의 50%가 가지급됐지만 매몰한 가축의 사육 개월수에 대해 축산농가들이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며"특히 사료나 건초, 예방접종약품 구입비의 경우 영수증이 없다면 피해액 산정을 놓고 입씨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경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도 "농장입구에 소독기 설치여부와 신고지연, 살처분시 매몰지 확보 협조 등으로 보상금이 삭감될 가능성이 있어 농가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제역 진원지인 안동시의 경우 1천405농가에 998억원이 지급됐고 올 상반기 안으로 나머지 보상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구제역 확산에 책임이 있는 농가는 보상금일부를 감액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제역이 첫 발생한 와룡면 돼지농장 주인을 비롯해 지역 축산농가 대부분이 이번 구제역의 발생 및 확산과 관련해 이렇다 할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구제역을 면한 한우농가의 경우 한우 시세가 상당히 떨어져 있어 피해 농가와의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안동시의 한우농장주 권모(50)씨는 "매몰 당일 시가로 지급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구제역에 걸리지 않은 한우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데 구제역 방역에 힘쓴 농가가 불이익을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안성시육우협회 관계자도 "이동제한으로 출하를 못하면서도 피해를 감수하고 구제역을 막았는데 거래가가 형편없어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