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시 빗물이 살처분 매몰지 안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굴착기로 매몰지 가장자리를 따라 배수로를 만들고 매몰지 위에 비닐을 덮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엿새 동안 돼지 2만6천여마리를 묻은 충남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학성농장을 찾은 23일 오후.

   1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를 끼고 위쪽에 있는 이 농장을 가로질러 뒤편 산길을 따라 300m 정도 오르자 산밑에 거대한 넓이의 매몰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림잡아 길이 80m, 폭 20m 크기의 매몰지에는 2m 두께로 흙이 덮여 있었고 그 위로 4개의 가스 배출관과 5개의 침출수 배출관이 나와 있었다. 

   또 배출관을 따라 침출수가 흘러 넘칠 경우를 대비해 파란색의 플라스틱 저류조가 연결돼 있었다.

   저류조 안을 들여다 보니 일부에는 매몰지에서 흘러 넘친 핏물이 섞인 물이 고여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시 관계자는 "저류조에 고인 침출수는 톱밥으로 혼합한 뒤 다시 땅속에 묻는다"고 설명했다.

   매몰지는 농장주 황학수씨의 밭과 국유지가 절반 정도 물려 있었고,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드는 바람에 2m 높이로 잘린 땅이 형성돼 있었다. 

   이날 이곳에는 농장주인과 시에서 나온 보수반원들이 굴착기를 동원해 배수로를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황씨는 "장맛비에 대비해 매몰지 위에 비닐을 덮어주고, 배수로만 정비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다행히 마을주민들이 상수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식수오염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시의 매몰지 정비작업은 지난 21일 검역원과 환경청, 국토관리청, 환경관리공단, 하수관로 시설업체 등으로 구성된 '구제역 매몰지 합동점검반'의 점검에 따른 것이다.

   점검반은 보령지역 구제역 살처분 매몰지 11개소에 대한 경사지 등 입지상태와 매몰지 설치기준 준수 및 정비 필요 여부 등을 조사한 결과, '환경오염 및 붕괴 우려로 정비대상 매몰지는 없다'는 결과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최모씨 매몰지는 위쪽에 있는 웅덩이 및 배수로 정비가 필요하고, 주모씨 매몰지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하천 쪽 측면 비닐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김모씨 매몰지는 많은 비에 대비해 비닐로 덮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악취 및 침출수가 발생, 톱밥 매몰 처리 등 주기적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이 같은 지적사항에 대해 긴급 보수반을 편성해 매몰지를 관리하는 등 보안작업에 들어갔다.

   또 매몰지 주변 300m 이내 13개소의 지하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로 기준을 초과할 때 폐쇄 등을 할 계획이다.

   특히 시는 천북면 장은리와 사호리 등 매몰지 반경 3㎞ 이내에 상수도를 설치해모든 주민이 마음 놓고 식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백태호 시 농정과장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매몰지를 선정했기 때문에 대체로양호한 편"이라며 "매몰지 2차 오염방지를 위해 하루 1차례씩 예찰과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령지역에서만 구제역으로 가축을 살처분 매몰한 농가는 22농가에 매몰지는 13개소가 있으며, 매몰 가축은 돼지 8만3천732마리와 한우 217마리, 염소 31마리등 모두 8만3천980마리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