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피의자로 남편 백모(31ㆍ종합병원 레지던트)씨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직접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새벽 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남편 백씨를 24일 구속했다.

   법원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달 초 한 차례 영장을 기각당한 경찰은 사고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점을 명확히 입증하려고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로 아내 박모(29.여)씨가 사망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차 소견서를 확보해 제출했다.

   경찰은 시신의 목과 머리 등에 외상이 있고 침실에서 혈흔이 발견됐는데 CCTV와집안 상태를 살핀 결과 외부인 침입이 없었던 정황으로 미뤄볼 때 백씨가 아내를 살해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당시 남편의 얼굴과 팔에 상처가 있었고 아내의 손톱에서 남편의 DNA가 나왔으며 남편 트레이닝복에서 아내의 혈흔이 발견된 점 등 정황 증거를바탕으로 백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백씨가 전문의 1차 시험의 불합격 가능성, 게임벽, 이사문제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 가운데 아내와 다투고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시신을 욕조에 옮겨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백씨 측은 2차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만삭의 임신부가 쓰러지면서 목이 눌릴 수 있는 데다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결백하다"고 주장한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백씨 측은 경찰이 정황 증거만으로 무리한 수사를 하면서 백씨를 범인으로몰아 왔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놓고 다퉈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경찰은 사건의 당사자인 아내가 숨졌기 때문에 목격자나 CCTV를 확보할 수 없는상황이다. 비록 상당한 정황 증거들을 확보했지만 손이 범행도구로 쓰여서 물증 등 '결정적인 증거'도 확보가 어렵다.

   중형이 선고되는 살인 사건의 경우 증거가 명백해야 하는데, 통상 피의자의 자백 없이 정황 증거들만 제시하면 법원의 최종 결정에서 유죄를 이끌어내기란 힘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고 거론되는 1995년 '치과의사 모녀피살 사건'에서도피의자였던 외과의사가 출근 전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상급심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경찰은 구속 기간에 현장 검증을 하고 전문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백씨의 심리를분석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여 자백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주 후반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경찰이 피의자 자백을이끌어내는 등 수사에 진전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