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개 정유사의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등유값이 내리기 이전의 최고가격을 넘어서면서 가격 인하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론의 압박에 밀려 각 정유사가 지난 17일 실내·보일러 등유의 공급가격을 ℓ당 50∼60원 내렸는데도 주유소 판매 가격은 오히려 오름세여서 정유사의 '결단'이 무색해진 것이다.

   2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4일 난방용으로 주로 쓰이는 실내등유(백등유)의 전국 주유소 일일 평균가격은 1천233.48원으로 인하 결정 이전 최고치였던 16일 가격(1천232.55원)을 넘어섰다.

   25일에는 전날보다 2.42원 더 올라 1천235.90원에 팔렸다.

   실내등유의 주유소 가격은 지난해 10월12일 이후 계속 오르다가 지난 18일 130일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한파가 사실상 끝나면서 난방 수요가 줄어든데다 각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하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소폭(0.5원가량) 하락세를 보인 것도 잠시 등유가격은 21일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현재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유소에서는 통상적으로 약 일주일 전에 확보한 물량을 팔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인하 효과가 나타나야 하지만 등유값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고 있다.

   공급가격 인하 시기가 공교롭게도 한파가 지나간 시점이어서 '생색내기용'이 아니었느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은데다가 인하 체감도도 사실상 '제로'여서 정유업계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정작 소비자에게 가격 인하가 절실한 휘발유 및 자동차용 경유값을 ℓ당 10∼20원을 내리는 것보다 등유가를 '통크게' 50∼60원 인하하는 것이 인하효과 체감도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가격이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등유값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국제 제품이 올라 인하분을 상쇄해버린 측면도 있지만 휘발유나 경유와는 달리 등유는 일시적으로 주유소 가격이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