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린 27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의 구제역 매몰지가 천막 없이 방치돼 있다. 이 매몰지는 지난 1월7일 살처분한 한우를 묻은 곳이나 방수천막이 없었으며 푯말에 담당공무원 연락처 역시 보이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27~28일 전국의 구제역 매몰지에 30~60㎜의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매몰지의 붕괴나 유실 등 비상상황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부 매몰지의 배수로 미비 등 문제점이 확인돼 추가로 호우가 쏟아질 경우 침출수 유출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 지자체는 부실관리된 매몰지를 재정비하고, 다음달 말까지 차수벽이나 옹벽 등이 필요한 매몰지의 공사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경기도의 경우 이천에 57.5㎜의 비가 내리는 등 구제역 매몰지역에 30㎜이상의 비가 내린 가운데 팔당특별대책지역 137개 매몰지 등 도내 2천200여개 매몰지의 유실이나 침출수 유출 등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천시 대월면의 일부 매몰지를 기자가 둘러본 결과 성토한 부위가 함몰돼 물이 고였거나 매몰지 옆 배수펌프가 고장난 곳도 있는 등 비가 더 쏟아질 경우 유실이 우려될 정도로 위험천만했다.

▲ 27일 오후 구제역 살처분 가축을 묻은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한 매몰지에 많은 비가 내려 매몰지 주변 배수로에 빗물이 차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포천시 이동면의 한 매몰지는 방수포가 없어 빗물이 그대로 매몰지로 흘러들어 가고 있었고, 푯말에는 담당 공무원과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도 않았다.

   양주시의 경우 242곳의 매몰지 가운데 30여곳에 방수조치가 마무리되지 않아 직원들이 황급히 비닐을 덮기도 했다.

   영주 50㎜, 구미 43㎜ 등의 많은 비가 쏟아진 경북도의 일부 매몰지에서도 비닐이 찢어져 그 틈으로 빗물이 흘러들어가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또한 산비탈을 깎아 매몰지를 조성한 곳은 비가 계속 내리면서 지반이 약해져 언제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낙동강이나 소하천과 가까운 곳에 매몰지가 조성된 곳이 많아 침출수 일부가 빗물에 섞여 주민 식수원을 오염시킬 우려가 상존해 보강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가 내린 27일 경기도 고양시 구제역 매몰지를 둘러보고 나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정몽준 전 대표와 신영수, 손범규, 이사철, 안효대, 김소남, 백성운, 김영선, 강성천 의원이 참여해 매몰지 관리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연합뉴스)

   강원도의 경우 원주 소초면 평장리와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등 구제역 살처분 가축이 대량 매몰된 지역의 토사 및 지반 붕괴가 없었지만 지반이 약화됨에 따라 정비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일부 매몰지 부실관리가 확인됨에 따라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매몰지 실명제에 따라 책임관리를 계속하고 긴급복구반을 유지하도록 했다.

   여주군은 200명의 직원에게 200개 매몰지를 1곳씩 전담, 소하천이나 도랑(구거)의 범람 우려가 있는지 다시한번 조사하도록 했고, 207개 매몰지에 92명으로 실명제를 운영하는 안성시는 8개팀 21명의 긴급복구반을 편성, 보수작업이 필요한 매몰지에 투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날이 풀린데다 많은 비까지 내려 매몰지 지반이 많이 약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배수로 정비와 함께 유실이나 침출수 유출에 대비해 매몰지 보강조치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