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국내 대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2002년 정부가 송도·영종·청라지구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지난 7년동안 국내 대기업은 인천을 선택하지 않았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라는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이번 삼성의 사례에서 보듯 외국회사 합작 투자라는 우회로가 있었음에도 기업들은 인천을 외면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이종철 경제청장 콤비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삼성 유치는 더욱 값져 보인다. 국내 대기업은 물론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이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경제자유구역의 투자유치사업의 개념을 바꾸었다. 부동산 개발사업자나 서비스업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미래전략산업인 바이오신약개발 부문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이 몰락해가는 인천 경제를 위기라고까지 진단해 왔다. 아직도 기계, 자동차 등 전통 업종이 중심이고, 지식기반 제조업의 비중은 낮은데다 기업의 탈인천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BT와 IT 등 지식기반산업의 국내 거점은 물론 동북아 거점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세 번째는 R&D센터가 들어오는데 의미가 있다. 흔히 공장은 국적이 없다고 말한다. 생산시설은 싼 임금, 원료 근접성, 물류비, 시장을 쫓아 세계 어디든 옮겨가는게 글로벌시대의 트렌드다. 그러나 R&D센터는 한번 뿌리를 내리면 쉽게 옮겨가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수원 디지털시티는 기존의 정보통신연구소(R3), 디지털연구소(R4)에 이어 2013년 R5가 준공되면 석박사급 상주 연구 인력만 2만3천명이다. 송도 바이오메디파크에도 10~20년후 디지털시티를 넘어서는 많은 고급 두뇌가 포진하게 될 것이다. 산학연이 연계되고 연관산업이 실핏줄처럼 뻗어 나가 고급 인력이 모여드는 장소가 된다는 점이 인천으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의미를 두는 점은 글로벌 초우량 기업 삼성이라는 점과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 중 첫번째 사업의 시작지로 인천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에서 삼성은 송도 5공구에 고작 27만4천㎡를 부지로 확보했다.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부동산 사업에 뛰어든다는 비난까지 감수하며 수원 매탄동에 무려 172만㎡를 사들인 게 삼성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일본의 산요전기 공장부지(132만2천㎡)보다 조금이라도 더 커야 한다고 했던 선견지명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송영길 시장과 삼성측은 말을 아끼지만 삼성이 송도의 확장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5공구와 인접해 있고 곧 매립에 들어갈 송도 11공구(716만㎡)를 보고 송도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 인천의 과제는 무엇일까.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인천을 선택한 삼성이 역으로 인천에 해답을 던져주고 있다. 삼성은 선대회장의 동상까지 세우며 공을 들인 대구도, 산하 기업이 포진해 있는 충북 오송도, 설계까지 마친 경기도 기흥이나 신산업단지로 발표한 평택을 마다하고 인천을 선택했다. 철저하게 기업이 매력을 느껴 선택하는 도시, 기업활동을 돕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커뮤니티 자체가 국제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국제 수준의 기업환경, 교육인프라, 주거환경 등을 갖춰 글로벌 인재들이 불편없이 생활하며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 시정부가 집중해 풀어야 할 숙제다. 시민들도 애정을 갖고 기업활동을 도와야 한다. 삼성도 인천을 발판으로 삼아 뻗어나가야 하며, 인천도 삼성을 관문으로 삼아 세계로 도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