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3일 전체회의에서는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상정을 놓고 여야간 날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남경필 위원장이 한.EU FTA 비준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협정문 국문본의 번역 오류와 숙성기간 미비 등을 내세워 `상정 반대'를 주장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 오류를 정정하느라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된 점을 거론하며 "국회법 59조에서는 숙성기간 20일이 경과되지 않으면 안건을 상정할 수 없도록 돼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굳이 비준안을 상정하려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면서 "오늘 비준안을 상정하려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한 뒤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정부가 지난달 번역 오류를 고쳐 다시 제출했지만 번역상 오류.누락이 여전하다"면서 "특히 래칫(역진방지) 조항과 법률용어인 `any'가 번역상 오류.누락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이에 남 위원장은 지난 2008년 태국과의 비준동의안을 예로 들며 "당시 정부가 4월6일 동의안을 제출하고 다음날 상임위에 회부된 뒤 16일 위원회에 상정돼 20일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간사는 번역 오류에 대해서도 "중대 실수지만 정부가 정정해 다시 제출했고, 이해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넘어갈 수 있지 않느냐"면서 "유럽의회가 지난달 통과시킨 만큼 우리도 빨리 상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 간사간 협의를 거쳐 정부측 설명을 듣고 나서야 한.EU FTA 비준동의안은 상정됐다.
여야 의원들은 그러나 대체토론으로 들어가자 정부의 한글본 번역 오류와 사후 무책임한 자세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경우 국문본의 번역 오류를 알고 있었지만 김종훈 본부장을 비롯한 통상교섭본부는 지난달 21일 언론 보도를 보고 인지한 데 대해 질책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실무자들은 (번역 오류를) 알고 상부에 보고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해서 FTA가 제대로 되겠느냐.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같은 당 김효재 의원은 "번역을 잘못한 실무자에게는 그만한 벌이 주어져야 한다"고 했고, 주호영 의원은 "중요한 조약을 번역할 때는 다른 팀이 교차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