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구제역 여파,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유가급등에 국제 곡물가 및 원자재 상승, 농축산물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에 이어 공공 서비스 요금까지 들썩이자 서민들의 하루 하루의 삶이 고단해지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10달러를 오르내리자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2008년을 떠올리며 또 한 번의 오일쇼크가 오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서울지역에서 ℓ당 2천300원을 넘는 주유소가 등장했고, 인천에서는 지난 주 2천원을 넘긴 주유소가 생겨나더니 이번 주에는 2천원을 넘기는 주유소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화물운송업체, 제조업 등의 채산성이 나빠지면서 회사마다 '절약'을 경영방침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가용 이용자들은 주유소 가기가 두렵기만 하다.
주부들은 머리가 아프다. 장을 보러 갔다가 가격만 물어보고 물건을 제대로 집지 못한다. 구제역 여파로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이상기온으로 인해 채소류 가격까지 치솟자 식단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한다. 여기에 교통비, 생활필수품, 음식값, 교육비, 전기료 등 안 오른 게 없다보니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수입은 늘지 않고 나가야 할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작은 일에도 짜증이 앞선다고 한다.
내집이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경인일보 취재팀이 지난 달 말 인천의 빌라촌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다. 모 부동산 사무실에는 전셋집을 구해달하는 대기자가 40여명이나 몰려 있었다. 특히 남동산업단지 근로자, 학생 등이 많이 거주하는 연수구 선학동 빌라촌에서는 전세물량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전셋집 가격폭등에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교통이나 주변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인천발전연구원의 조승헌 연구위원은 "경기종합선행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를 점검해 보면 경기가 총체적으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중동사태, 이상기후 등 공급 측면이 견인한 물가 상승이 사회 전반의 인플레이션 심리 확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보고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고유가 대책으로 지난 8일부터 '야간조명 제한 조치'가 내려지자 유흥가에서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흥가 지역의 불이 꺼지면서 손님들이 일찍 귀가하자 야간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 온 업소 등은 '매출감소'라는 유탄을 맞아 아우성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내 발등의 불을 끄느라 옆을 돌아볼 겨를도 없다. 한 쪽을 살리자면 다른 쪽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생활고에 견디지 못해 급기야 범죄의 늪에 발을 담그거나 동반자살이란 최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입에서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때다. 힘들 때일수록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는 1997년 최악의 위기인 IMF도, 2008년 고유가,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실물경제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았는가.
어려운 시기가 오면 우린 '고통분담'이라는 상생의 길을 택했다. 일자리와 임금을 나누면서 쓰러져 가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살아가자고 했다. 2011년 3월에 몰아닥치고 있는 이 세찬 바람도 함께 힘을 합치면 이겨낼 수 있다. 정부는 컨틴전시 플랜(위기관리 경영계획)을 실질적이고 세부적으로 세워 국민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회 각계 각층의 리더들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이 위기가 슬기롭게 지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