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김혜민기자]벌금 90만원을 내지 못해 수배됐던 50대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경찰에 발견돼 노역장에유치됐지만 하루 만에 숨졌다. 노숙자는 경찰과 소방서, 검찰 등의 기관을 거쳐 유치됐지만 누구로부터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9일 수원지검과 수원중부서, 수원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오후 5시42분 수원중부서 A파출소 경찰관 2명은 팔달구 매향동의 한 길가에 사람이 쓰러져있다는 신고를 접수, 현장에 출동했다.

만취한 최모(57)씨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인도에 누워 있었고, 경찰은 119에 연락, 응급처치를 했다.

그러나 최씨가 병원 이송을 거부하자 경찰은 최씨의 주민등록증을 꺼내 신분을 조회했고 90만원 상당의 벌금(업무방해)을 미납해 수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최씨를 검거한 뒤 관련 서류를 작성, 오후 7시께 수원지검으로 인계했다.

하지만 90만원이 없는 것은 물론, 대신 지불할 사람조차 없었던 최씨는 결국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수원구치소에 입감됐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2시50분께 밤새 코를 골던 최씨는 갑자기 숨졌고, 검찰은 21일 부검을 실시한 후 가족들을 수소문해 시신을 인계, 결국 최씨는 수원 연화장에서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하지만 최씨의 사인이 '2~3일 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복합적 뇌출혈'이었던 것으로 잠정 결론나면서 최씨가 구치소가 아닌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생존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발견 당시 만취한 최씨가 폭행에 의해 타살됐을 가능성은 제쳐두고라도 경찰, 소방, 검찰, 구치소 등이 최씨에게 조금의 관심만 가졌더라도 살릴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해당기관들은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혹시 몰라 구급대원을 불렀다"고 했고, 소방서측은 "병원으로 가자는 권유에 본인이 심하게 반항해 규정상 어쩔 수 없이 이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도 "입감 당시 규정대로 처리했다"며 "국과수로부터 정식 소견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사인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