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위가 지난 10일 중수부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법조개혁안을 내놓은 데 대해 검찰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김준규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로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담은 사법개혁특위 합의안이 발표된 이튿날인 11일 검찰이 긴급 고검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전날 `부패수사 무장해제' 등 강한 어조로 반발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오후 여권에서 사개특위 합의안에 일부 반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여야 지도부 사이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흐르자 저녁 무렵 고검장회의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책을 모색하는 모습이었다.

    김준규 총장은 이날 오후 5시부터 2시간여 동안 긴급 고검장회의를 열어 대검 중수부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 등을 골자로 한 사개특위 합의안에 대한 고검장들의 견해를 모았다.

   회의가 끝난 뒤 김 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은 논의 사항과 추후 대응방침을 묻는 기자들에게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바람직한 사법개혁안을 도출하고 이번 합의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검찰 조직의 원로격인 고검장들의 의견을 듣고자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며 "고검장들이 총장에게 일선의 의견을 충실히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공론화된 장을 통해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검찰을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뜻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관련 채널을 총동원해 국회에 검찰의 의견을 최대한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사법개혁 문제는 대검 형사정책단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다른 간부들도 사개특위 위원과 개별 접촉을 통해 검찰측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사개특위 6인소위 한나라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의 뜻을 표시했다고 검찰의 한 관계자가 전했다.

   송 전 총장은 2004년 총장 재임 당시 검찰 개혁안이 논의되자 `중수부를 없애려거든 먼저 내 목을 쳐라'고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전날 사개특위 6인소위는 중수부를 폐지하고 판.검사의 직무관련 범죄 등을 수사하는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며 검찰청법에 규정된 경찰의 직무상 복종의무를 삭제하고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중수부 폐지는 부패수사를 무장해제하는 것이고 인권보장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검찰의 통제는 강화돼야 하며 특별수사청 설치는 예산과 인력의 낭비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총장도 이날 오전 "정치인들 몇 명이 모여서 사법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안을 내놓는 게 무슨 행태냐"며 "이 상황에서 우리가 더 잃을 게 뭐가 있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