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5일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 저축은행 5곳을 전격 압수수색함으로로써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예금자들에게 큰 시름을 안겨준 부실 저축은행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무리하게 외형을 불려온 저축은행들이 인·허가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를 벌였는지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져 수사 추이에 따라 파장이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무려 17조원이나 되는 공공자금을 수혈받고도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해 국민경제에 짐이 돼왔다.
올해 들어 대형 저축은행 8곳이 부실 판정을 받아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사태가 표면화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들 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의 비리를 파헤쳐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이들에게 부실을 초래한 법적 책임을 직접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검찰의 수사 표적은 총자산 10조원으로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그룹(부산저축은행, 부산2저축은행, 중앙부산저축은행, 대전상호저축은행, 전주상호저축은행)이다.
이밖에 삼화저축은행(서울), 보해저축은행(광주), 도민저축은행(춘천) 등 다른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지방검찰청의 수사도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조사도 병행함으로써 전체 수사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부실사태는 지난해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이 부실화되고 업계가 5년만에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고음이 커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작년 6월 2조5천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을 투입해 부실채권을 매입하면서 한때 봉합되는 듯했으나, 결국 올해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8개 저축은행이 줄줄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가 초래됐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이면에는 `묻지마식' 부동산 PF 대출로 몸집을 불린 저축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은행을 사금고화한 대주주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대주주에게 대출할 수 없고 한 곳에 자기자본의 25% 이상을 대출할 수 없다.
하지만 수사선상에 오른 상당수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타인 명의의 계좌로 대출을 받아 개인 용도로 유용하거나 자신이 보유한 회사에 한도 이상의 대출을 해줘 부실을 키운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저축은행이 외형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불법 인·허가 로비를 벌였는지와 경영진 및 대주주의 횡령·배임 등 개인 비리가 있었는지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부산지검과 함께 직접 수사하는 부산저축은행은 1972년 창업해 1999년 부산2저축은행(옛 새부산신용금고), 2006년 중앙부산저축은행(옛 서울중앙저축은행), 2008년 대전상호저축은행(옛 대전저축은행)·전주상호저축은행(옛 고려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 1위로 급성장했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 저축은행의 부실에 대해 유관기관이 합동으로 수사 및 조사를 벌여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엄정하게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