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조영상기자]구제역이 남기고 간 엄청난 재정부담에 재정이 열악한 도내 지자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구제역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넉넉한 도시지역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지역이 더 크게 입어 가뜩이나 부족한 재정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20일 도내 지자체들에 따르면 이천시와 파주시, 포천시, 연천군, 여주군 등 주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구제역 살처분과 방역작업 등에 적지않은 예산을 지출, 벌써부터 예비비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천시는 지난해 말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최근까지 구제역 방역과 살처분 작업에 총 113억원을 지출했다.

이 금액 중 50억원은 올해 예비비(총 111억원)에서 지출해 연초부터 예비비가 '반토막'이 난 상태다.

특히 이천시는 워낙 가축 매몰 두수가 많아 쓰레기매립장용 차수막 매트를 추가로 구덩이 바닥에 설치하면서 20억200만원의 비용을 더 지출, 구제역 지출규모가 커졌다.

여주군도 올해 구제역 방역 소독약품 구입과 방역초소 운영비 등으로 예비비 25억원 가운데 14억원이 소진돼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기에 사후관리로 앞으로 4억원이 추가될 예정이어서 예산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은 구제역 피해를 크게 입은 경기북부지역도 마찬가지다.

파주시는 구제역 방역과 살처분 등에 예산을 쏟아붓는 바람에, 현재 전체 예비비 53억원 가운데 남은 예산이 7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파주시는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을 막기 위해 앞으로 243억원을 들여 상수도 공급공사를 해야 하는데 이중 42억원도 부담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26%에 불과한 연천군도 14억원을 예비비로 충당한데다가, 상수도 공급에 군비 7억5천만원을 추가 부담할 예정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이처럼 구제역 지출로 전전긍긍 하고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재정에 여유가 있는 지자체들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실제로 용인시는 419억원의 예비비 가운데 구제역에 단 6억원만 지출했고, 화성시도 작년에 이월된 예비비 3억4천만원에서 2억1천만원을 구제역 비용으로 썼을 뿐 올해 예비비 100억원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의 경우 예비비가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까지 도달하고 있는 등 재정형편이 말이 아니다"며 "국도비도 이미 받을 만큼 받아 향후 추가 지원 대상에 조차 못들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