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가 4.27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의 불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수도권 총선을 앞두고 분당을을 사수해야 한나라당으로서는 `필승 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며,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출마가 현실화되더라도 이를 누를 후보로 정 전 총리가 꼽혀왔다.
그러나 정 전 총리가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데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 과정에서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 가능성마저 거론하며 정부.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 `정운찬 영입론'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정운찬 카드'를 처음으로 제시했던 원희룡 사무총장을 비롯해 그에게 힘을 실어왔던 이재오 특임장관 등 여권 주류측으로서는 정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울 동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특히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 등이 전략공천을 통해 정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우는 데 반대하는 상황에서 홍준표 최고위원마저 `정운찬 반대론'으로 돌아서 분당을 공천 진통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정 전 총리의 출마를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었던 홍 최고위원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이 오늘부터 `정운찬 영입론'을 중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당이 주도권을 갖고 국민이 원하는 주자를 내세워야 하는데, 당은 가만히 있고 외부에서 자천타천으로 주자들이 오르내리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정부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공천심사위원장인 원희룡 사무총장 등은 `정운찬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원 사무총장은 "만약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할 경우 전략공천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손 대표가 나오면 정 전 총리에게 `삼고초려'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대표가 이날 정 전 총리와 이익공유제 논란을 빚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말을 아껴야 한다"고 당부한 것도 일정부분 맥이 닿아있어 보인다.
또한 정 전 총리 본인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동반성장위원장직 사퇴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정 전 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설을 일축하면서 "동반성장이 국가의 대사로, 이의 성사여부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동반성장을 위해 어떻게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분당을 출마 문제 내지 초과이익공유제 문제에 대한 여권과의 물밑 교감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여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