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최해민기자]"이젠 무슨 핑계 댈 건가요?"
수원시가 경전철 사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수년째 묵살해 온 천천동 래미안 아파트 육교설치 민원이 경전철 사업 무산 이후로도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21일 오후 1시께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천일초등학교 앞. '천천동 래미안'이란 글자가 적인 노란색 버스가 멈춰서자 초등학생 수십명이 차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학교와 아파트간 거리는 불과 200m 정도지만 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왕복 10차로 도로와 경부선 철로 탓에 아이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1.7㎞에 달하는 등굣길을 다니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은 벌써 10년째 계속됐고 육교를 설치해 달라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시는 2006년 12월 이미 이곳에 육교를 설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용역결과를 얻고도 지금껏 사업을 진행하지 않은 채 방치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시는 당시 3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가칭)천천동 육교 건립사업 타당성 용역을 실시했으며 '1일 통행량이 1천721회, 경제성 1.04(예산대비 효용성·기준은 1)'로 육교설치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히 시는 당시 유행처럼 번졌던 경전철 사업에 손을 대면서 '추후 세부계획에 따라 해당 부지에 경전철 정거장이(라도) 건립될 경우 육교와 근접배치될 수 있어 육교를 철거하게 되면 막대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먼저 제기된 초등생들의 안전한 등굣길 요구를 묵살해 왔다.
더구나 시는 2009년 12월 11일 당시 김용서 시장이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 경전철 사업에 대한 시정질문에서 "수원시가 아직 경전철 사업을 할 시기는 아니다"고 밝혀 사실상 이때부터 고가식 경전철 사업이 무산됐음에도, 유독 천천동 육교 건립 민원은 지난해 5월까지 '경전철 사업 탓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고수해 왔다.
래미안 아파트 주민 이모씨는 "경전철 사업이 무산된 지가 언젠데 계속해서 핑계를 대더니 이젠 예산 문제를 들먹거리고 있다"며 "시의 복지부동한 행정 탓에 초등학생들이 위험한 등굣길을 10년 넘게 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천천동 육교는 현재 기본설계를 완료한 상태다"면서도 "미관, 경관 등이 더 검토될 필요성이 있어 아직 실시설계에 들어가지 않았고, 사업 진행여부에 대해선 결재권자가 아니어서 뭐라 말할 수 없다"고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