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모스크바/정진오기자]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지역 기업인 등 인천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 일정이 26일 모두 마무리 됐다.
이번 방러 일정에서는 인천이 대 러시아 외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러시아 측의 두 가지 모습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선 러시아 측은 송 시장을 포함한 인천 대표단에게 관례를 뛰어넘는 '환대'를 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속으로는 인천과 한국을 얕잡아 보고 있음도 여러 곳에서 내비쳤다. 오히려 이런 점에서 이번 인천대표단의 러시아 방문은 기대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도 할 수 있다.
송 시장은 크렘린을 방문, 알렉산더 베글로프 대통령실 부실장과 알렉산더 아브데예프 문화부 장관, 해군 장성 등을 한꺼번에 만나기도 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는 보리스 바체슬라프 그리즐로프 러시아 하원의장도 만났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인천광장'이란 공간을 만들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은 인천에 분교를 설립하는 데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모스크바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송 시장은 모스크바대학에서 '송도글로벌캠퍼스 분교' 설립을 위한 협약을 맺고, 학생들을 상대로 강연까지 했다. 송 시장은 특히 러시아 측이 보관하고 있는 조선 말기 문서 9점을 제공받았다. 1905년과 1907년, 고종이 러시아 니콜라이 2세에게 보낸 편지 2점과 1884년부터 1904년까지 러시아 군의 서울·인천 진입과 관련한 각종 문서 6점, 그리고 1860년대 한국인 관리의 초상화 1점 등이다. 영인본이지만 미리 이를 준비했다는 데서 '특급 대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자들의 얘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환대' 뒤에 숨은 러시아 측의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송 시장은 러시아 문화부를 방문한 뒤 "러시아 측에서 '러일전쟁(1905년 2월) 당시 인천시민이 러시아 부상병들을 치료해줬는데, 그 치료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갖고 있다'고 했다"면서 "러시아 부상병과 치료자들의 후손을 연결시켜 주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송 시장에게 한 러시아 관료의 얘기는 인천시민을 '우롱'하는 얘기로도 해석될 수 있다. 당시 러시아 부상병들은 영국인 병원인 '성 누가병원'에서 치료받았고, 치료는 '일본적십자사 인천부인회' 회원들이 도와 준 것으로 기록돼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그 회원 명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확인되면, 인천에선 또 한번 '친일 논란'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당시엔 민간 의술로는 전쟁에서 부상당한 환자를 치료할 수준이 되지 못했다.
안드레이 하진 러시아 상원 의원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인천 광장' 오픈행사에서 "인천시민들이 러시아 부상병들을 도와 준 것은 러시아 장병이 조선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벌인 전투에 대한 감사표시였다"는 말도 했다. 하진 의원의 얘기가 러시아 측의 일반적인 시각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방러 과정에서 확실히 드러난 것은 러시아 측은 제물포 해전에서 침몰한 전함 바랴크 호의 깃발을 영구히 돌려 받는 데 열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인천에 그럴 듯한 환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인천시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