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이 2006년 발표한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현재 5천만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의 인구는 2050년에는 약 4천200만명으로 줄어든다.

   특히 출산율 감소로 신생아 수가 크게 줄고 노인 인구 비중이 늘면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내달 1일 인구보건복지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포럼에서 발표할 '미래로 50년 인구 변동과 사회적 효과'란 제목의 주제발표문에서 인구 변화로 예상되는 50년 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생애주기 다양화 = 우선 조 교수는 저출산으로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획일화된 '생애주기'가 다양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0년간 우리 사회는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산업화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노동공급이 필요했고,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한 조직문화는 매년 비슷한 연령대 인구의 노동시장 진입을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생애주기는 고교 졸업 후 10여년 동안에 대학입학-취업-혼인-출산 등을 거치는 획일화된 구조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혼인과 출산과 관련한 생애주기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만혼과 비혼, 출산 연기나 포기 등으로 혼인과 출산 연령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혼인과 출산 관련 생애사의 다양화는 주택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로도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노동시장은 물론 성공에 대한 사회적 가치관 변화로 연결될 것으로 조 교수는 전망했다.

   ◇사교육 시장 자연 축소 = 2010년 현재 고교 3학년인 18세 인구는 68만명에 이르지만, 10년 뒤인 2020년에는 18세 인구가 50만명 선으로, 2030년에는 40만명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대학입시 경쟁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그만큼 사교육 시장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 교수의 예측이다.

   또 생애주기의 획일성 완화 추세가 지속되면 굳이 고3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도 점차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 교수는 "따라서 앞으로 50년을 생각할 때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사교육의 문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은 안정 = 출산율 감소에 따른 가구형태 및 가구 수 변화는 부동산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불안정 요인은 공급 부족이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은 주로 중형 이상 주택의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중형 이상 주택의 수요자인 4인 이상 가구 수는 2010년 현재 12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350만)의 36% 선이다.

   그러나 전체 가구 수가 늘면서 이 비율은 2020년 32%, 2030년에는 2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방 3개 이상 중형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조 교수는 진단했다.

   물론 3인 이하 가구가 크게 늘면 소형 부동산 수요가 함께 증가할 수 있지만, 소형 부동산은 그 가치를 결정하는 건축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가격 상승작용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자본 축적 위기 우려 = 노동 참여가 가장 활발하고 노동 생산성이 높은 35~54세의 인구 축소는 생산력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자본 축적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2010년 이 연령대의 인구는 1천6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4%에 달했으나 2050년이면 그 수가 940만명으로 줄고 비중도 22%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생산 인구의 수와 비중이 감소하면 생산력도 감퇴할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또 이 연령대 인구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비 규모가 크고 소비시 본인의 자원을 활용한다. 반면 고령 인구는 개인적 소비를 줄이고 대신 사회적 비용을 이용한 소비를 한다.

   따라서 35~54세 연령대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국가 전반적으로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자본 축적이 사회발전과 유지의 근간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자본 축적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또 자본 축적의 위기는 혼인과 출산 의지를 심각하게 감퇴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도 있다.

   ◇세대간 갈등 심화 = 우리 사회는 이미 고령자에 대한 부양의 책임이 개인과 가족에서 사회와 국가로 빠르게 이전해 가고 있다.

   아직 고령자 비중이 사회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고령자 비중이 커지면 그만큼 부양 부담도 늘어난다.

   고령자 집단의 양적 팽창은 정치적 입지도 커지게 한다. 이 경우 사회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의 양과 질을 높이려는 강력한 이익집단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부양을 담당해야 할 세대와 부양을 받아야 하는 세대간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고령자는 교육수준과 경제적 능력이 낮아 정치세력화가 어렵지만, 앞으로의 고령자는 다를 것이라는 게 조 교수의 전망이다.

   특히 386세대가 고령자가 되면 높은 교육 수준과 경제적 능력, 젊은 시절의 정치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의 사회적 부양 혜택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한 정치력 확보에 적극 참여하리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