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법조 삼륜'인 검찰, 법원, 변호사업계가 사법개혁안에 대해 각자 확고한 입장을 견지한 채 격론을 벌일 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특별수사청 설치,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 등이 맞물린 검찰은 `일전'을 불사하더라도 이번 안을 저지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귀남 법무부장관, 박일환 법원행정처장,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과 한나라당이 추천한 방희선 동국대 교수, 민주당이 추천한 하태훈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해 사개특위 6인소위가 발표한 합의안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본격적으로 제시한다.

   지난 10일 6인소위에서 발표한 합의안에는 중수부 폐지와 특별수사청 설치, 경찰 수사개시권 부여와 복종의무 폐지, 대법관 증원, 양형기준법 제정 등 각자 직역의 근본을 흔들 만큼 `메가톤급' 위력을 지닌 내용이 담겼다.

   사개특위는 애초 내달 10일까지 조문화 작업을 완료하고, 내달 말까지 본회의에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이 한목소리로 소위안에 반대하고 있고 사개특위 위원 사이에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등 개혁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4.27 재보선 등 정치 현안에 밀려 1년여를 끌어온 개혁안이 또다시 표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발하는 검찰 = 검찰은 6인 소위 합의안이 발표되자마자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밀실에서 이뤄진 합의안"이라며 `전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뒤 전국고검장회의를 소집하고 특위 위원들을 개별 접촉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대응해왔다.

   사개특위 전체회의 다음날인 내달 2일에는 전국검사장 회의가 예정돼 있어 논의결과에 따라서는 국회 성토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올 수도 있다.

   검찰은 무엇보다 특별수사청 신설 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을 나눠 특별수사청에 부여하게 되면 여러 차례 특검에서 보듯 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회의 의결에 따라 수사를 하게 돼 수사기관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률상 경찰의 복종의무를 삭제하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것도 강하게 반발한다.

   검찰은 이들 조항이 없으면 실적을 의식한 경찰의 무리한 수사와 그에 따른 인권침해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중수부 폐지 역시 대형비리 사건을 전담하는 특수수사의 사령탑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검찰 길들이기' 외에 다른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지난 6인 소위 합의안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된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검찰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실성 강조하는 법원 = 법원은 법조일원화 조기시행, 법관인사위원회 심의기관화, 양형기준 국회 동의 등 소위 합의안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법원은 합의안 발표 직후 "사개특위 논의에 성실히 참여하겠다"며 조용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 25일 끝난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는 `대법관 증원과 법조일원화 조기시행 반대'를 밝히는 등 입장을 좀 더 분명히 했다.

   우선 대법관 숫자를 늘리는 식으로 3심을 확대하게 되면 모든 사건을 3심까지 와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져 분쟁해결 기간이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에 경력이 많은 법관을 배치해 1, 2심에서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하겠다는 법원의 개혁방안도 무의미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법조 10년 경력자의 법관 임명을 2017년에 전면 실시하게 되면 2007년 이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변호사들을 법관으로 임명해야 하는데, 이들은 이미 연수원 수료 때 법관 임용기회가 있었기에 적절한 대상자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관인사위원회를 심의기관으로 두면 재판에서 법률과 양심이 아닌 외부 평가를 신경 쓰게 돼 재판의 독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했다.

   양형기준법안과 관련해서는 국회가 세세한 경우까지 간섭하면 사법부의 역할이 없어지고 기계적인 양형기준 적용만 남아 오히려 구체적 타당성을 해치게 된다며 반대논리를 폈다.

   임시규 대법원 사법정책실장은 "대법관을 증원해 상고심을 확대하는 것은 마치 감기환자까지 종합병원에서 진료하게 하는 것으로 결국 국민에게 손해가 된다"며 반대 논거를 제시했다.

   ◇법조인 대량배출 신경 쓰는 변호사업계 = 변호사업계는 전관예우 방지책과 법무법인 설립요건 완화 등이 기존 변호사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내용으로도 볼 수 있어 이번 개혁안에 대한 특별한 반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문제는 내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 한해 2천명 이상의 변호사가 나오게 돼 5년이 지나면 현재 1만명인 변호사가 배가 되는 등 변호사업계가 격변기를 맞게 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로스쿨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실무수습을 누가, 어떻게 맡을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은 지난 14일 전국변호사회 회장단 명의로 "신규법조인 대량 배출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라"는 성명을 냈으며, 신영무 변협회장도 21일 이주영 국회 사개특위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들이 처한 위기 타개 방안에 대해 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관계자는 "전관예우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고, 나아가 국민밀착형 법률 서비스를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