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항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항공수요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적자로 지방공항이 제구실을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국제선을 운영하는 일부 지방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지방공항이 지역 여건상 충분한 수요가 뒷받침 안 돼 적자에 허덕이는 똑같은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항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국제공항의 면모를 갖췄더라도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위치 선정과 고속철도 개통,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획기적인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공항은 수익이 없더라도 국민을 위해 운영되는 공익공항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대부분 만성적자 '허덕' = 지방공항은 전국에 모두 14곳이 있다.

   국제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대구, 청주, 무안, 양양공항 등 7곳이고 국내공항이 광주, 원주, 청주, 울산, 여수, 포항, 사천공항 등 7곳이다.

   이들 공항 중 국제공항은 대략 10여개국 40여곳, 국내공항은 20여곳에 노선을 운항 중이다.

   또 1999년 경북지역에 착공한 울진공항이 있지만, 현재 공정률 85% 상태서 개항하지 못한 채 비행조종 훈련센터로 활용 중이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국내 14개 지방공항의 적자 총액은 2천121억9천400만원으로 한해 평균 424억3천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국제공항인데도 불구하고 양양공항은 5년간 총 482억5천100만원, 연평균 96억5천만원으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또 여수공항이 총 310억9천100만원, 연평균 62억1천8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해마다 흑자를 기록한 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공항 등 3곳뿐이다.

   이처럼 대부분 지방공항이 만성적자를 겪는 것은 항공수요가 없거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3개 흑자 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2005년 667만4천명에서 2009년 582만3천명으로 감소 추세다.

   ◇지방공항 문제점 = 적자 규모가 가장 큰 양양공항은 통일시대를 대비한 동해안 거점공항이라는 명제를 안고 3천567억원을 들여 2002년 4월 국제공항으로 개항했다.

   연간 193만여명의 여객과 11만6천t의 화물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개항 초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에서 김포와 김해노선에 하루 7편의 항공기를 운항했다.

   하지만, 곧바로 여객 감소로 개항 첫해인 11월 아시아나 항공이 철수했고 대한항공도 2008년 6월 김해노선에서 철수, 사실상의 유령공항이 되다시피 했다.

   이후 양양공항은 소형 항공사인 코리아 익스프레스에어가 2009년 취항하다 1년 만에 중단됐고, 지난해 또 다른 소형 항공사 이스트 아시아에어라인이 김해노선에 하루 1회 왕복 운항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경영위기에 빠진 이유는 개항 당시 지역주민은 물론 설악권을 찾는 관광객이 많을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공항까지의 이동거리가 많고 서울까지 가는 고속도로 신설과 국도 확장 등이 영향이 미쳤다는 것이다.

   매년 70억원 상당의 적자를 되풀이하는 여수공항도 연간 65만여명의 이용객으로는 적자를 메울 수도 없고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특수도 기대하지만, 적자 해소엔 미지수라는 시각이다.

   사업비 3천56억원이 투입된 무안공항도 서남권 경제발전의 발판을 목표로 2007년 11월 국제공항으로 개항했지만, 개항 3년여 동안 국내선은 제주노선 한 개 남았고 국제선은 베이징과 상하이 2개만 운영되고 있다.

   이 공항 역시 개항 당시에는 중국 등에 주 9편이 운항했고 개항 3개월 만에 중국, 대만, 일본, 타이, 필리핀 등 5개국 6개 노선에 주 38편이 운항해 승객 2만9천332명, 탑승률 69.9%, 하루 평균 탑승객 376명을 기록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유가 고공행진과 신종플루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항공기 운항이 위축되고 신규노선 확보도 어려워지면서 기존 항공 노선마저 감축돼 각 항공사는 전남도로부터 적자노선 손실보전까지 받는 상태로 전락했다.

   아울러 국토해양부가 연간 50만명의 탑승객 수요를 예측하고 1999년 착공한 울진공항은 아예 공항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사업타당성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정치논리에만 매달려 밀어붙이기식 사업으로 추진한 결과 개항이 2003년에서 2005년, 2009년으로 계속 연기되다 공정률 85% 상태에서 결국 항공기 한번 못 띄워보고 무용지물이 됐다.

   공항 건설 당시 울진군 전체 인구가 2만여명에 불과하고 주변 항공수요를 감안하더라도 '공항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점이 제기됐으나 지역 출신으로 당시 실제 정치인이 고향에 공항을 건설하겠다며 무리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북도와 울진군은 개항조차 못 하고 애물단지가 돼버린 울진공항의 활용을 위해 지난해 또다시 70여억원을 투자하고 용도를 변경해 비행조종훈련센터로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연간 교육생 70∼80여명에 전문인력인 교관도 20여명에 불과해 울진지역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경제적 파급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70년 개항한 울산공항은 김포와 제주에 하루 20회 항공기를 운항하고 평균 탑승률이 69.7%에 이르는 등 다른 지방공항에 비해 탑승률이 높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지난해 11월 KTX 개통 이후 이용객이 30∼35% 감소해 적자폭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활로 찾을 수 있나 = 적자 지방공항을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은 항공수요를 늘리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인 만큼 획기적인 대책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 자치단체, 공항공사, 국토해양부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승현 전남도 건설방재국장은 "지역의 거점공항으로 지정했으면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국내선보다는 국제선 활성화를 통해 무안공항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항공정책과 황현주 사무관은 "지방공항은 항공 수요가 가장 큰 문제"라며 "지방공항은 적자, 흑자로 따지기보다는 지역민을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저비용 항공사 취항 등을 통해 활로를 찾도록 노력 중이다.

   신웅철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 운영팀장은 "정확한 잠재수요 예측을 통해 항공노선을 효율적으로 확대하거나 지역의 저비용 항공사 설립 등을 통해 제각각 지방공항이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