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인천시와 러시아의 문화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5일 러시아를 방문한 송영길 인천시장과 아브데예프 러시아 문화부장관은 기존의 한-러 문화교류 협정서에 '인천과 러시아측의 협력'에 관한 조항을 별도로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러시아측은 송시장 방문기간 중 상트 페테르부르크 해군사관학교 인근에 조성될 '인천광장'의 명명식을 가졌고, 인천은 바랴크호 추모비가 있는 인천 연안부두에 '상트 페테르부르크 광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러시아연방 문서보존소로부터 고종이 러시아 황제에게 보낸 편지를 포함한 9점의 자료 사본을 전달받았다.
러시아의 파격적인 환대는 인천시가 제물포해전 당시 자폭한 러시아 순양함 바랴크호의 깃발을 2년간 임대해준 데 대한 보답이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그동안 시민들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는 시립박물관의 유물을 장기임대해 준 것은 전례가 없는 조치다. 러시아측이 러시아 애국주의의 상징인 바랴크호 깃발을 인천이 '영구임대'나 '반환해 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바랴크호 깃발은 미국이 신미양요 당시 '탈취'해 갔다가 최근 장기임대방식으로 반환한 어재연 장군의 깃발인 수자기(帥字旗)의 경우와는 달리, 인천시립박물관이 적법하게 소유해온 역사적 유물이다. 우리가 프랑스에 병인양요 당시 강화사고에서 약탈해간 조선왕실의궤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자국의 규정을 빌미로 반환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한편 상트 페테르부르크 '인천광장'명명식에서 연설한 안드레이 카진 상원의원의 발언은 러시아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을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1904년 당시 한국이 독립국이 아니었다"라거나 "러일전쟁이 조선독립을 위한 전쟁"이었다는 그의 평가는 사실과 다르거나 아전인수 격이다. 또 카진 의원이 '인천시민들이 제물포해전 후 러시아 부상병을 치료해준데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는데, 당시 러시아 부상병을 치료한 것은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군의관이었으며 '인천일본간호부인회'였다.
인천 러시아 문화교류의 매개가 러일전쟁과 제물포해전이라면 그 역사적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깊어야 한다. 국제적 문화교류는 공동의 관심사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증진에 따라 그 성과가 지속되거나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러시아 문화교류 유감
입력 2011-03-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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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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