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 주거정비사업 패러다임이 '전면 철거 후 아파트 건설'에서 개별적인 지역 특성을 고려해 보전이나 개발 여부를 결정하는 광역관리체제로 40년 만에 개편된다.

   뉴타운은 추가 지정을 하지 않는 대신 기존 사업은 유지되며 투기 광풍을 불러온 재개발·재건축 제도는 장기적으로 정비예정구역제가 폐지되는 등 대폭 손질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新)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마련해 14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은 '보전과 개발'이라는 개념하에서 생활권 단위 지역의 특성과 인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역 단위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생활환경이 양호한 저층 주거지는 보전·관리하고 정비사업 때 기존 거주 가구 수 이상의 주거공간을 확보해 원주민 재정착률을 높일 방침이다.

   서울시는 또 '도시ㆍ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상대적으로 법적 유연성이 있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체제로 전환, 그동안 사업단위별로 진행되던 재개발ㆍ재건축ㆍ뉴타운 사업을 도심·서남·서북·동남·동북권 등 5개 권역별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광역 단위로 정비·보전·관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아울러 현재 건축허가 등에 대한 제한을 받는 30개 뉴타운 지구 내 존치지역과 121개 일반 정비예정구역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건축 제한을 해제하고, 정비예정구역 제도는 장기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건축 제한이나 정비예정구역 해제 지역은 아파트와 저층 주거지의 장점을 결합한 휴먼타운으로 우선 조성된다.

   그동안 재개발ㆍ재건축 때 정비예정구역으로 먼저 지정했으나 앞으로는 일정 요건을 갖춘 후 신청하면 서울시가 마스터플랜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후(後) 지정' 방식으로 바뀌며, 여러 재개발 대상 지역을 묶어 개발하는 '뉴타운' 추가 지정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다만 이미 구역 지정된 뉴타운 사업은 공공관리제도 등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기존 재개발ㆍ재건축 정비구역도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비사업을 병행 추진하고 미래형 소규모 주거지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여건이 좋은 지역에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는 역세권 고밀복합형 재정비촉진사업을 추진하고, 정비사업 때 조합원 1가구에 1주택과 함께 임대용 소형주택을 더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은 개발 과잉을 억제하는 동시에 낙후 지역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면서 "전통과 현대, 저층과 고층이 어우러진 도시경관을 창출하는 한편, 전면 철거로 생활터전을 잃거나 방황하는 시민이 없도록 서민 주거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