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성 / 정치부
[경인일보=김태성기자]싸움이 극에 달해 중재나 화해가 안될 때 우리는 소위 '법대로 하자. 법대로'라는 말로 서로를 흘기며,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헤어진다. 법(法)이 주는 딱딱한 느낌 때문인지, 소통이 불능한 상태에서 화풀이 할때 가장 먼저 튀어 나오는 말도 법이다. 지방자치, 지방주권을 부르짖는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요즘 툭하면 '법대로 하자'는 말을 서로 내뱉는다.

올초부터 도의회 보좌관 도입과 사무처 인사권 독립을 두고 다툼을 벌이다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된 도와 도의회는 산하기관 인사권과 관련된 조례 개정으로 또다시 법적다툼을 벌이게 됐다. 이들이 '법대로 하자'를 외치게 된 경위는 이렇다. 도의회는 지난해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경기영어마을 등의 부실 운영과 원장 및 사무총장의 특채 문제 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는 이같은 도의회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도의회는 이같은 도의 자세가 의회를 무시한다고 봤으며, 도지사의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도록 도의회 추천 인사가 인사 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도 역시 도의회의 이같은 조례 개정이 지방자치법과 민법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한 상태다. 이를 도의회가 재의하게 되면 도는 또다시 대법원에 집행정지 결정 및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도와 도의회는 도민의 혈세를 들여, 최소 수개월동안 소모적인 법 싸움을 벌이게 된다.

도와 도의회 모두 법원 문앞까지 가는 동안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도, 타협을 이뤄 내지도 못했다.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도민의 눈에는 양측의 알력싸움으로만 비춰졌다. 이들의 법 싸움에 도민은 없다. 서로의 권력을 키우고, 이기는 일에만 몰입하는 꼴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도와 도의회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법보다 앞서 도민이 있다는 것이다. 두 기관이 법으로 싸워 어떠한 결과를 얻더라도, 도민들은 이 소모적 싸움에 대한 판단을 법이 아닌 민심(民心)으로 판단하고 심판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