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정진오기자]간첩 누명을 쓰고 '사법살인'을 당했다가 반세기가 넘어서야 '무죄' 판결을 받은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에 대한 기념사업이 고향 인천에서 본격화된다. 빠르면 내년 7월에는 '죽산 조봉암 동상'이 건립될 수 있을 전망이다.

죽산의 장녀 조호정(83) 여사 등 유족과 송영길 인천시장, 안덕수 강화군수,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서울과 강화에서 따로 활동하는 죽산 기념사업회 관계자 등이 지난 22일 시청 부근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모처럼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죽산 기념사업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관련기사 3면

우선 간첩 누명을 벗고 처음으로 맞는 '7월 31일'(죽산이 사형당한 날) 추모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올해 추모제는 남다른 의미를 갖기 때문에 특별하게 치러야 한다는 데 모두가 견해를 같이 하고, 구체적 행사 방향은 좀 더 조율하기로 했다. 또 고향 땅 강화에서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생가 터 문제 등 강화에서의 기념사업 방향과 해방 직후 죽산 가족이 살던 중구 도원동 집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날 논의됐다.

특히 죽산의 동상 건립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이 설정됐다. 동상 건립은 정치색을 배제한 상태에서 인천시민이 최대한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동상건립은 오래 전부터 추진해 온 새얼문화재단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얼문화재단은 죽산 동상 건립 등과 관련해 이미 9천여만원의 '시민성금'을 걷었다.

인천시와 강화군 등에서도 죽산 생가 발굴 등 다양한 죽산 관련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조 여사의 사위 유수현(59)씨는 "모처럼 죽산 선생님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 자리에서는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