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22일 오전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식당가에서 '죽산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 추진'을 위해 조봉암 선생의 장녀인 조호정 여사와 장남 조규호씨,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등 죽산 기념사업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범준기자 bjk@kyeongin.com

[경인일보=정진오기자]지난 22일 마련된 '죽산 조봉암 선생 관련 간담회'가 주는 의미는 단순한 '점심 자리'를 넘어선다. 죽산 선생의 유족을 포함해 인천시와 강화군, 2곳의 '죽산 기념 사업회', 그리고 새얼문화재단까지 죽산과 관련 있는 기관과 단체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죽산과 관련한 기관·단체가 많다는 것은 앞으로 있을 '기념 사업'에서 목소리가 여러 갈래로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는 이런 우려 목소리를 의식한 듯 죽산 기념사업과 관련한 어떤 일도 모두가 의견을 모아서 진행하기로 했단다. 가장 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죽산'을 놓고 고향 땅 강화에서 생각하는 바와 죽산의 정치적 터전인 인천에서 바라보는 지향점이 각기 다르다는 우려가 많았다. 또 관련 단체도 여럿이다. 기념사업회도 서울에 근거를 둔 곳과 강화에서 활동하는 곳으로 각기 다르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죽산 관련 기념사업을 도모해 온 새얼문화재단도 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이런 데서 불거질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했으며, 앞으로의 기념사업 대강도 설정했다.

당장의 죽산 기념 사업은 크게 3가지 정도로 나뉘어 추진될 전망이다. 7월 31일에 있을 추모제 행사와 강화 생가터나 중구 도원동 집 등의 복원·활용, 동상건립 등으로 나눠 각각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죽산 동상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곧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의 주축이 될 새얼문화재단은 최대한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동상 건립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인천시 등 관계기관에서는 학술적인 부분에 대한 준비와는 별도로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 수집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각종 인터넷 자료는 물론이고, 여러 책자에 버젓이 쓰는 생년월일의 잘못을 바로잡고, 죽산과 연관된 나이 든 사람들의 '구술기록'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관에서 할 일과 민간이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특정 정치색이 개입될 여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출발점이다. '평화'를 외친 죽산은 생전에도, 죽어서도 좌·우 이념 대립의 최대 희생양이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죽산 동상 건립을 도모해 온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죽산 선생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아 간첩 누명은 벗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죽산은 간첩이 아니다'라고 하는 데 있다"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동상건립은 정치적 색깔을 배제한 채 순수한 시민운동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산 선생은 강화나 인천만의 인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념사업의 범위를 크게 잡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안덕수 강화군수도 동의하고 있다.

안 군수는 "생가복원을 위한 몇 가지 자료조사 절차가 남아 있다. 그리고 죽산 선생을 대한민국의 인물로 기념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생각이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