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체육관광부가 백남준기념사업회 건립을 추진해 백남준아트센터를 건립한 경기도가 '지방문화 말살' 등을 주장하며 사업 강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이다(사진은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아트센터 작품전시실). /경인일보 DB

[경인일보=조영달·이경진기자]문화체육관광부가 '중복투자' '지방문화 말살' 등의 비난을 안고도 백남준기념사업을 추진하는 데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경기도는 문광부가 서울시교육청 등과 MOU까지 체결한 만큼 법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 '남의 밥상에 숟가락만'=도는 민선 2기 당시 13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백남준씨의 작품을 대거 구입했다. 또 2006년부터 2년여 동안 390억원을 투자, 용인시 기흥구에 백남준아트센터를 건립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뜬금없이 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정독도서관(구 경기고) 부지에 백남준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자 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내년에 있을 백남준 탄생 80주년 기념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 이제와서 '왜'?=백남준을 기리자는 생각에는 문광부나 도의 생각이 일치한다. 하지만 문광부는 백남준을 세계적인 인물로 키워 국제적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기념사업회를 통해 백남준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재조명, 대한민국의 문화 국격을 높이고 예술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백남준아트센터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문광부의 판단이다.

■ 어떻게 진행되나=백남준 기념사업 MOU가 체결됨에 따라 사실상 기념사업회 추진이 현실화됐다. 문화부는 이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위원회에는 백남준씨의 미망인인 시게코 여사와 기업, 문화예술계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어 기념사업 법인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에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추진, 붐을 조성한 후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생각이다.

■ 상표권 소송은=경기문화재단은 지난해 2월 특허청에 '백남준아트센터' 등의 명칭으로 미술관경영업을 비롯, 모두 25개의 상표출원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현재 '백남준' 관련 상표권 소송이 일부 진행중이며, 소송이 마무리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경기문화재단이 '백남준'에 대한 상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실상 백남준과 관련된 법적 권리는 경기문화재단이 보유하게 된다.

■ 도, '갈 데까지 간다'=도는 문광부의 계획 가운데 생가복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백남준아트센터'와 문광부의 '백남준 기념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것. 중앙정부가 막대한 자본을 투입, 백남준 기념관을 만들면 상대적으로 재정력이 떨어지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운영이 어렵다는 게 도의 주장이다. 차라리 새로 건립하기보다는 기존의 백남준아트센터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도는 정부의 사업 강행에 대비해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아직 사업 초기 단계인 만큼 부당함을 제기하고 철회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