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외벽에 깔따구들이 들러붙어 있어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어요. 약을 뿌려도 계속 달라붙고…"
지난 21일 낮에 찾은 서울 노원구 당현천 주변에는 수백 마리씩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벌레떼가 눈에 띄었다.
아이와 함께 손으로 벌레를 쫓던 주부 이은영(39)씨는 "당현천 주변의 산책로를 걷다보면 벌레가 눈으로 들어오기도 해 굉장히 거슬린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가 부담스럽다"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27일 노원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지하철 4호선 상계역 인근부터 중랑천 합류구간까지 2.65㎞ 길이의 당현천과 인근 아파트단지에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깔따구떼가 출현했다.
깔따구는 작은 모기 크기의 파리목 깔따구과 곤충으로 악취가 풍기는 하수도 수질인 4급수에 서식하는 지표생물이다.
노원구에서는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깔따구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주택가에 날아드는 바람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부 윤미진(35)씨는 "깔따구가 한창일 때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다"며 "오후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귀가하는 아이들이 문앞에 붙어있는 깔따구떼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우는 모습을 자주 봤다"고 전했다.
윤씨는 "구청에서 화학약품을 풀었다는데 주민에게 2차 피해가 오는 것 아니냐"며 "당현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한다며 홍보를 많이 했지만 뒤처리는 안하고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구청 홈페이지에도 사진과 글로 피해사례가 올라왔다.
주민 김모씨는 "요즘 소독차가 수시로 다니는데도 (깔따구가) 전혀 줄지 않는다. 비싼 세금을 들여 공사했을텐데, 주민이 이런 피해를 입어서 되겠냐"고 썼다.
민원이 줄을 잇자 '깔따구가 알레르기를 일으킬뿐 물지는 않는다'고 해명하던 구청은 이달 초 하천에 미꾸라지를 방류하고 화학약품을 뿌리는 등 방역에 나섰다.
구청 관계자는 "올해 날씨가 빨리 따뜻해져 일찍 출현한 것 같다"며 "위생 문제보다는 불쾌감이 더 문제인 것같다. 유속이 느려지는 구간이 서식지인데 침전물을 긁어내는 등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청은 현재까지 깔따구의 정확한 개체 수조차 파악하지 않았다. 유충을 채취하는 등 기본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2009년 물이 흐르지 않던 당현천을 인공적으로 물을 퍼올리는 방식으로 복원한 점 등을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근본적 대책 없이는 매년 문제가 반복될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배연재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교수는 "하천 복구로 생태계가 불안정해져 깔따구떼가 대량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복원을 잘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모기 방역하듯 일시적으로 손을 쓰면 수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애초) 도심하천을 복원할 때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가급적 자연 형태에 가깝게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근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억지로 물이 흐르게 만드는 것은 하천을 살리는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관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