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억 류지복 김용래 기자 = 정부가 28일 내놓은 2012년 예산안 편성지침은 균형재정을 회복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교과서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는 받지만, 이 과정에서 재정건전성은 빠르게 악화돼 균형재정까지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겹친 정치일정으로 예산을 들이는 선심성 정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취득세 인하 보전과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 예상치 못한 대규모 재정지출 요인도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나라살림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 균형재정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아울러 사업을 새로 벌이는 대신 4대강 사업 등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안보와 안전에 대한 예산배분을 늘리는 등 세출은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지출 철저히 걸러낸다
정부는 2011 지침에서 재정건전성 조기 회복기반 마련을 강조한 것에 이어 2012 지침에서는 균형재정 회복의 기틀 마련을 목표로 내세웠다.

   세입은 경기회복에 따라 올해 예상 증가율(8.1%)보다 소폭 높아지겠지만 세출은 의무적 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지방세수 감소 보전 등 예년과 다른 압박요인으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세출은 지방교부세와 4대 연금, 국채이자 등 필수소요가 늘어난 가운데 4대강 사업 등 국정과제 마무리에 대한 지출소요 확대와 취득세 인하 보전, 구제역 매몰지 상수도 확충 등 돌발 요인도 발생했다.

   정부는 관리대상수지 적자를 매년 줄여 2013~2014년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나 경제성장률 저하와 의무지출의 급증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리대상수지 적자가 올해 19조4천억원에서 2012년 18조5천억원, 2013년 15조1천억원, 2013년 13조8천억원, 2015년 11조1천억원 등으로 완만한 감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정규율 강화로 불합리한 지출을 억제하는 노력을 내년에는 더 강화하기로 했다.

   사업성과가 낮은 국고보조사업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 지방재정의 부담을 낮추고 재정지출도 효율화하기로 했다.

   지자체의 문화ㆍ전시시설과 국제경기대회 등 국고 보조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사후평가를 강화하며, '정부 입법정책협의회'의 운영을 강화해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법률의 일방적인 입법추진을 사전에 차단할 방침이다.

   국고 보조사업 존치평가(보조금 일몰제)를 통해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구조조정을 실시해 예산편성 시 반영하고 복지와 연구개발(R&D), 공적개발원조(ODA) 등 예산이 크게 늘어난 분야는 유사·중복사업에 대한 조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외에 비과세·감면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해외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등 세입기반을 적극적으로 확충해나간다는 기본원칙도 철저히 준수한다는 계획이다.

  
◇'일 친화적' 복지ㆍ삶의 질 개선에 중점 배분
내년에도 재원 배분은 서민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여성과 장애인 등 취업 취약계층별로 맞춤형 일자리 제공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보육서비스를 확충해 저출산에 대응할 방침이다.

   개인 기부 문화의 발전을 위해 재능 기부 등 다양한 기부프로그램을 개발ㆍ보급해 생활 속의 나눔문화 정착에 나선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관련 시장형성을 촉진하는 정책을 다듬을 계획이다.

   문화 향유기반을 확대하고자 생활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역사박물관 등 국가상징 문화공간의 조성 지원을 강화한다. 다만 국제경기대회 유치나 문화·체육시설 건립 등에서 낭비 사례가 지적된 만큼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구제역 발생 이후 철저한 환경관리를 위해 토양오염조사와 지하수 수질관리를 강화하고, 상하수도 폐기물 처리 등 환경기초시설의 광역화를 통해 환경투자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과위는 연구개발 투자의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주요 R&D 사업의 배분 조정안을 기획재정부에 매년 7월말까지 제출하도록 했으며 재정당국은 중장기 투자소요를 관리하고 재정규율을 확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도로는 신규사업보다는 완공 위주로 투자하되, 불필요한 도로 확장을 지양하고 혼잡구간을 개선하는 등 도로사업 전반을 효율화한다는 방침이다.

   4대강 사업은 마무리 단계로 보와 제방 등 홍수 방지시설을 확충해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수질 개선을 위해 상하수도 인프라와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확대한다.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자유무역협정(FTA)에 대비해 국내 축산업 등 취약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재난ㆍ국지도발ㆍ사이버공격 대비 안전투자 확대
내년 지침에서 일본 대지진과 금융기관 해킹 등을 계기로 '국민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하는 전력 투자를 확하고 지진과 홍수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한 예방투자를 확대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 사태를 계기로 '국민안전'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며 "지진은 물론 홍수 등 대형 재난재해 등에 대비한 예방적인 투자를 기존보다 늘려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일본 원전사태를 교훈 삼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투자를 늘리고 원자력 안전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근 현대캐피탈과 농협의 전산사고로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등 정보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보호 투자를 늘린다.

   정부는 제2의 하나원 신축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체계를 강화하는 등 통일준비 인프라를 확충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계획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에 처음으로 시행하는 재외선거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적절히 배정할 계획이다.